푸드테크 전략으로 올드함을 탈피하다.
‘어서 오세요. 롯데리아입니다~’
학창 시절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친구들과 어김없이 롯데리아에 들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높은 텐션과 한결같은 멘트로 인사를 하는 점원들이 있었다.
나에게 롯데리아는 추억의 패스트푸드점이다.
추억의 음식점이란 의미는, 성인이 되어서는 찾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진부하고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리아와 달리 패스트푸드점은 날이 갈수록 힙해졌다.
프랜차이즈 외 다양한 수제버거 집들이 생겨나며 롯데리아를 찾는 일은 더욱 드물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한 기사를 보았다.
“롯데리아, 푸드테크 전략 MZ세대들에 통했다.”
롯데GRS는 프랜차이즈의 ‘통일성’을 벗어나 입점 상권에 맞춘 롯데리아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 L7홍대점이 목표 매출액을 40% 초과해 달성했다고 17일 밝혔다.
롯데리아 L7홍대점은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Test Bed’ 유형의 콘셉트 매장으로, 홍대 상권의 힙(Hip)한 공간 인테리어 구성과 비대면 무인 기기의 ‘푸드테크’를 적용해 상권 주요 이용 연령대인 2030세대들을 타겟팅했다. | 출처: AP신문
나에게는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롯데리아가 힙한 무인 패스트푸드점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본사가 홍대이기에 퇴근 후 궁금한 마음에 들러보았다.
외관에서 보기에도 기존 롯데리아만의 빨간색의 건물과 사뭇 달랐다.
통유리 속으로 보이는 공간이 아주 힙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서 오세요. 롯데리아입니다~’라고 인사하는
점원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어딜 가도 키오스크가 있지만,
직원이 아예 없는 경우는 없다.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아직도 직원을 찾는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도움을 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키오스크는 총 4대가 있었다.
한 가지 배려가 돋보인 점은 키오스크 높이이다.
한 키오스크는 높이를 낮추어 키가 작은 손님 또는 휠체어를 이용한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었다.
요즘은 키오스크 주문이 워낙 흔해진 터라,
방식이 어렵지 않았다.
또한 홍대라는 상권과 2030이라는 타겟층은 그 누구보다 키오스크에 적합한 타겟들이었다.
그들은 키오스크보다 말을 건네는 직원이 더욱 부담스러운 사람들일 것이다.
픽업박스에 내 주문 번호가 뜨면 문을 똑똑 두드린다.
자동으로 열리며 문 안에 주문한 음식이 나와있다.
음식까지 로봇이 만드는 건가 싶은 곳이지만, 픽업박스 너머로 보이는 주방 내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보고 왜인지 안도(?) 하게 되었다.
좌석 또한 여러 명이 마주 보고 앉아서 먹는 테이블보다 혼자 또는 둘이 온 타겟에 맞춰
일자로 앉는 형태로 되어있었다.
정말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식사를 위한 공간’ 같았다.
한쪽에는 굿즈들도 팔고 있었다.
요즘 MZ세대들의 발길을 끌기 위해서는
사람은 없어도 굿즈는 있어야 한다.
롯데리아 하면 떠올리는 정형화된 직원의 인사, 빨간색 쇼파의자, 4인석 테이블을 완전히 탈피했다.
꽂고 있는 에어팟을 뺄 필요 없이 입장부터 퇴장까지 ‘말이 필요 없는’ 공간이었다.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계속해서 생겨나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하면 똑같은 메뉴와 인테리어, 서비스가 떠올린다.
상권에 알맞는 공간을 구상하고 서비스를 제공한
롯데리아의 이런 시도가 신선하고 반가웠다.
앞으로도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가맹점이야 어쩔 수 없을지라도
본사에서 관여하는 직영점은 상권에 맞춰
고객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방안을 깊게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기사출처: AP신문
*사진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