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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다솜 Mar 20. 2022

내가 운전을 하는 이유

[서평] 여자, 사람, 자동차 - 6인 6색 여자들의 드라이브 에세이


| 해당 도서는 독립출판 플랫폼 인디펍으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unsplash


어릴 적 나는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어른'인 것 같았다.

돈을 아주 많이 벌어 본인 명의로 된 차를 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땐 바다를 보러 훌쩍 떠나는

멋지고 성공한 어른의 모습엔 '자동차'가 있었다.




지금, 나는 운전을 한다. 매일같이 운전을 해서 출퇴근을 한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내게 운전은 곧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 멋지고 성공한 어른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 내 명의로 된 차도 없고, 운전으로 스트레스를 풀러 가긴커녕 운전은 내게 스트레스였다.





여자, 사람, 자동차


이 책은 여섯 명의 여자들의 드라이브 에세이이다.

드라이브 에세이라는 점이 새로워 흥미로웠다.

각자 어떻게 운전을 하게 되었는지, 운전을 하다 겪은 사건사고들, 본인에게 운전과 자동차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담아냈다.

같은 여자 운전자이지만, 운전 스타일과 생각하는 점이 달라 책을 읽으며 나와 비슷한 점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읽고, 나의 드라이브 에세이를 써보려고 한다.


unsplash



내가 운전면허를 딴 이유는 '취업'을 위해서이다.

내가 입사를 희망하는 직무의 우대사항에 '운전'이 있었고, 시간이 많은 휴학생때 친구를 꼬셔 같이 시험을 보고 다행히(?) 한 번에 합격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내 면허증은 신분증 대체제로 사용된다.

그 후, 실제로 내가 희망하는 직무에 취업을 했으나 운전을 할 일은 없었다.

면허는 있으나 운전을 못한다는 이유로 약간의 대우를 받았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연수를 받고 아빠 차를 조금씩 몰기 시작했다.

조금씩으로는 운전 실력이 늘거나, 운전이 안 무서워질 수는 없었다.

아직도 차 안에 혼자가 있는 것도 무서웠고,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지나고 작년 8월, 입사를 하고 1년 차가 되었을 때 회사 내부에 변화가 있었다.

회사 업무 환경에 변화가 생김과 동시에 더 이상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나는 운전을 해야만 했다. 집 근처에 쏘카존이 있어 자차 없이도 출퇴근이 가능했다.

조금씩이라도 운전을 해왔어서 다행이었을까.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 자신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음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알게 되었다..


평택지역을 담당하게 되어 수원에서 평택으로 운전하여 출퇴근을 해야 했다.

운전이 아직 미숙하고, 운전보다도 주차가 걱정되어 주말에 엄마와 함께 사전답사도 다녀왔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출근길 차에 탔다.

그런데 그날 아침 비가 억수로 내렸다.

출근 시간의 꽉 막힌 고속도로도 무서운데 비까지 쏟아지니 손이 떨렸다.

지금 내리는 게 비인지 내 눈물인지 모르게 긴장의 한 시간 반을 걸려 출근을 성공했다.


그렇게 매일같이 운전을 하며 출퇴근을 한 덕분에 나의 운전실력은 보기 좋게 늘었다.

이제 가족끼리 어딜 놀러 가도 운전대를 나에게 맡기는 엄마, 아빠를 보고 내 운전이 형편없지는 않구나 싶었다.

그렇게 용기가 생겼고, '운전을 하는 멋진 어른이라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바다를 보러 가겠지'라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업무로 많이 지쳤고, 때마침 빨간 날이 낀 주에 연차를 내고 혼자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혼자 여행도 처음이지만, 제주도에서 운전도 처음이기에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들었다.



3월의 제주는 포근하고 시원했다. 창문을 열고 예쁜 풍경이 펼쳐지는 도로 위를 드라이브하니, 운전하고 처음으로 '나 성공한 어른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자차가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드라이브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뚜벅이로 왔다면 몇몇 지역만 골라 구석구석을 보는 재미가 있었겠지만, 운전을 하니 가보고 싶었던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

혼자 제주 여행을 오고 싶었던 한 가지 이유는 제주 책방 투어를 하고 싶었다.

평소 궁금했던 서점을 운전을 해서 찾아갈 수 있어 행복했다.


보통 운전을 한다고 하면, 걷는 것보다 더 편하고 빠르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평소 출퇴근을 할 때 매일같이 운전을 하기에 나에게 운전은 장점보다 고되고 피곤한 것이라는 생각이 컸다.

출퇴근이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해 하는 운전을 해보니, 정말로 갈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주어 편하고 빨랐다.

 운전을  , 걸을  못지않게 생각이 많아진다.

운전에 위험을 가하는 멍 때리는 생각이 아니라 노래를 듣고, 시원한 바람을 맞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피어오른다. 운전을 할 땐 핸드폰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걷는 것보다 오히려 간단한 생각에 집중할 수가 있다.

환기가 되는 기분이다.


책의 저자인 6명의 드라이버들처럼 나도 운전 10년 차가 되면, 운전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또 달라지겠지?

가장 중요한 안전운전을 항상 인지하며, 운전하는 나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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