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링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한민국의 취업준비생들은 미친 듯이 스펙(Spec)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필터링(Filtering)’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필터링’의 의미는 무엇일까? 출신학교, 학점, 토익 성적 등의 스펙들을 활용하여 합격의 최소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미달하면 아예 서류전형에서 탈락시키는 것을 뜻한다. 소위 ‘걸러내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필터링에 대해 두 가지가 궁금하다.
취업준비생들이 필터링에 대해서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기업의 채용과정에서 실제로 필터링이 사용되는지 여부이다. 그리고 필터링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기업들은 어떤 기준을 설정하여 필터링을 하는지가 두 번째 궁금증이다. 이 두 가지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터넷 상의 각종 취업 커뮤니티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합격자들은 각자의 스펙을 서로 조심스럽게 공개해 가며, 각 기업의 입사 최소 기준선을 추측해보기도 한다. 물론 그 추측의 결과들은 제대로 검증할 수도 없다. 그저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고, 누군가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그리고 스펙을 열심히 쌓아야 한다는 불안감만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베일에 쌓여있는 필터링의 비밀은 무엇일까?
실제로 기업은 필터링을 하고 있다!
과연 기업들은 실제로 필터링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서류 전형 등에서 필터링을 실시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규모로 채용이 진행될 때에 필터링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입사를 원하는 대기업과 공기업 신입사원 공채가 열리게 되면 수많은 지원자가 도전을 한다. 겨우 한두 명을 뽑는 자리에 수백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한다. 지원자들의 서류를 종이로 프린트해서 쌓으면 일반 성인의 신장을 훌쩍 넘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 서류에는 각자 열심히 쌓아온 이런저런 스펙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채용담당자들은 그 많은 응시서류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며 비교 검토할 수 있을까? 아마도 사람에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몇 가지 조건만 값으로 설정해놓으면 순식간에 순위대로 나열시킬 수 있다.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필터링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렇다면 필터링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가? 일단 전산시스템으로 필터링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계량화가 필요하다. 지원자의 이력서 상에서 숫자로 변환시킬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수치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 출신학교를 예로 들어보자. < A대학교는 10점, B대학교는 9점, C대학교는 8점, D대학교는 7점, A~D를 제외하고 서울권 4년제 대학교는 6점, 경기지역 내 대학교는 5점 >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점수화시킬 수 있다. 학점이나 토익점수와 같이 애초에 숫자로 되어 있는 정보는 처리하기가 더욱 쉽다. 이처럼 이력서 상의 각종 정보를 계량화하여 점수를 부여하면 순위가 도출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도출된 순위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1등부터 서류전형 합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꼭 바로 잡아 주고 싶은 필터링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이다.
가령 △△전자라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신입사원 선발을 위한 이 기업은 공채를 진행했고, 100명의 지원자가 모였다. 약 2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즉, 80명을 필터링으로 걸러내야 한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100명의 지원자 중 1등부터 20등까지 합격을 시키고, 21등부터 100등까지는 떨어뜨리면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전자의 산업 내 위치이다.
만약 △△전자가 업계 1위 기업이라면 별 걱정 없이 1등부터 20등까지 뽑으면 된다. 하지만 △△전자가 업계 2위 또는 그 이하라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100명의 지원자는 △△전자에만 지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00명 중에는 업계 1위인 ◯◯전자에 지원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만약 △△전자가 1등부터 20등까지 합격을 시켰는데, 이들 중 10명 정도가 업계 1위 ◯◯전자에도 합격을 하게 된다면 그들은 △△전자가 아닌 ◯◯전자에 입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탈자가 발생한 △△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탈락자 집단에서 다시 채용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업은 Right People을 찾기 위해 전략적 채용을 진행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전략적 채용을 진행한다. 자신들의 상황에 적합한 Right People을 선발하기 위해 필터링을 하더라도 자신들만의 기준을 수립하여 진행하는 것이다. 가끔씩 스펙이 엉망진창이거나 아예 내세울 만한 거리가 없는 지원자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합격했다는 사례들도 꾸준히 나오지 않는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필터링에 대해 제대로 확인도 되지 않은 채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각종 루머들에 속지 말자. 합격의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필터링의 기준은 각 기업마다 채용전략에 따라서 제각각이고, 심지어 채용이 진행될 때마다 그 기준은 변경된다. 그리고 외부에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필터링의 기준은 완전하게 ‘랜덤(Random)’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결국 취업은 확률 싸움이다!
나의 스펙이 특정 기업의 필터링 기준에 부합할지 안 할지는 실제로 지원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가 없다. 지레 겁을 먹고 지원조차 해보질 않는다면 아예 기회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꼴이다. 결국 취업은 확률 싸움이다. 지원해보고 문을 두들기는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합격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필터링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아서 도전조차 해보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은 취준생에서 '직장인'으로의 성장을 도와주는 자기 계발 도서 <선택받는 인재의 조건>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