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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힐데 Mar 11. 2023

6두품 인생

 차라리 닿듯 말 듯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바라보는_방향이_다른_사람들 이어) 차라리 닿듯 말듯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그의 명함을 받고는 낯익은 이름라 생각하며 직함을 보니 ㅇㅇ의원이었다. 1월인데 4월에 있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사뭇 주변에서 나름 활동하는 정치인들이 인지도를 물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터라 자신을 모르냐는 말에 내 이름을 댔다. 팀장이 초소근무를 하냐면서 놀란 그는 나름 자신만만했다. 그는 한참 후에 우리가 SNS상 친구임을 깨닫고는 “우리 FB친구지요?” 했다. 그리고는 한참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조직에 대한 이해도에 있어서 다음의 이야기를 미리 해줬더라면 그는 어떻게 했을까?! 마주 보며 비록 돼지국밥을 저으면서 자신도 스스로 어찌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합리화하는 지금이었을까? 권력, 그 특성으로 봐선 그 순간에 영원히 머물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니면 운명이어서 지금일 수밖에 없지 않다고?



그 두 사람의 눈빛을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었다.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의 눈으로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ㅁ국장과는 몇 번의 건이 걸려 있고, ㅇ과장과는 내가 나를 속이지 않으면 안 될 정도, 귀신이 되어야 했다. 그들이 나에게 갖은 공통점은 내가 그들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선에서 타협하면서 적당하게 둘러둘러 현재를 모면했을 때 똥이 똥이 아니라 똥대접으로 나중에 똥냄새가 얼마나 풍기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 똥냄새는 그들과 다른 더 많은 조직원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랬다 그들은 지금만 사는 사람들이었다.


인사이동은 운명처럼 그들과 함께하도록 했다. 주변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들 왕왕했다. 그럴수록 나는 어떻게 하지? 는 없었다. 아예 이 세상 경계선상을 넘어 현상계가 아닌 ‘나만의 객체계’라는 세상이라야 했다.


들어서자 두 사람은 눈을 내리 깔면서 서로 눈인사를 했다. “나, 째 싫어”,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면서 서 있는 나를 보며 웃었다. 눈치코치하면 9단인 내가  그 순간을 놓칠 리가 없다.


“이번에 우리 부서로 왔어요. 흥흥, 호호”

“잘 왔어요! 뭐 일은… 그렇지? “


나는 순간 아주 오래전에 ㅁ국장에 대한 에피소드가 떠 올랐다. ‘에어컨 게이트’, 맞다 잊고 있었네! 십수 년이 지나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결국 그들은 나의 기억을 하나씩 소환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송환영회 해야지?! “


술을 마실 때는 안주를 덜 먹어야지, 안주로 술을 달래려 하다는 달리는 차 안에서 실수는 따 놓은 당산이다. 구역질이 났다. 사실 술은 핑계였다. 구역질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었다. 그냥 대충 넘기고 그냥저냥 섞여도 될 듯싶다고 생각했는데, 회식자리 이동시 차 안에서 들은 몇 마디가 귓바퀴에서 매달려 있다가 계속 왕왕 댔다. 결국 그 몇 마디가 구역질을 하게 했다. 차를 세웠고 길가에 몹쓸 짓을 했다. 다 게워내기는 했는데, 밤이라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오줌까지 저렸다는 것을 굳이 직고 할 필요 없겠지만 것까지도 해야만 할 것 같다.


”어서 들 준비 하세요~“

번개였고 장소도 멀었다. 동원할 수 있는 차량은 비주류다. 차 안에서도 함께 하는 동안은 적막함을 얼마나 없애냐에 따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냥 대충 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할 수 없어서 없는 아양을 다 떠는 사람도 있다. 뭐 그것까지도 능력이니까… 그렇지만 조직 내 메커니즘의 작동에는 ‘이건 아니지!’


“ㅇ과장은 지금부터 바짝 해야 돼, 계속 열심히 하면 힘들지, 잘 봤다가 근평관리할 기간 되면 눈에 잘 띌 부서에서 바짝 하는 거야~, 계속 열심히 한다면 어떻게 살겠어? “


둘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나머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의 발로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저 우리끼리 사용하는 은어 속에서 정확한 진실을 알아내는 데는 굳이 재해석이 필요 없다지만 재해석하면 이 말이렸다.


’ 그러니 모르는 너희 무리들은 적당하게들 대기하고 있다가 3,6,9에 자알 걸리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그것까지도 못하는 것이지 뭐, 그래도 지금 나와 함께 여인천하를 이루고 있는 여기는 내가 잘 봐줄게, 아! 지금 ㅇ과장 보면 답 나오지? 얼마나 지극정성인지, 하는 것 보면 내 입 속의 혀처럼 말이지!, 나도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아주 맘에 든단 말이야~, 이젠 아예 내 사람이지!‘


그와 그녀의 나에 대한 미션은 달랐다.  친절하게 대하고는 있지만 정작 근평(근무평가) 할 때 그 속이 훤히 보이지. 모를 거라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고 묵인 속에서 엿을 먹이는 것이지. 한 번은 잘 주고 한 번은 덜 주면 쑤욱 밀려나는 것이니까. 1보 전진 2보 후퇴, 1보 후퇴 2보 전진 알랑가 몰겠네들, 그들은 자신들이 근평을 주는 입장이라 슬쩍슬쩍 그렇게들 수위를 조절하고 있었다. 그 엿 먹이는 과정에서 한 번 눈밖에 나면 레이저를 쏘면서까지 치를 떨게 하고 말이야. 그리고 그 기간이 끝나면 뭐 끝이니 뭐랄 꺼야? 그렇게 매번 이유들로 인해 6두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생이지만 말이야. 귀신을 속이기 위해 나는 나 스스로를 속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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