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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힐데 Mar 11. 2023

6두품 인생으로 말하자면 말이지

근무평가가 갖는 의미?

(6두품_인생 이어) 요즘 공무원이 인기직업이라. 급 관심은 가져주겠지만… 내 마음의 별 2처럼 MZ세대는 더 민감한데, 소위 40대의 라떼족은 이미 무감각해져 있고, 세대의 가치관이 달리진 상황에서, 기성세대들에 비해 이미 자유롭고 체제에 대한 이해도도 다르다. 그럼에도 알아야 할 것은 나도 20년 전 그대들과 같은 40대 라떼족이었다는. 그리고 그렇게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세월이 훌쩍 지났다는 그래도 현재진행이었다는, 적어도 나는 나 자신에게 가장 충실한 행위로 지금을 기록하는 것이다.

2022.6.30일 기준 공무원의 정원이 1,168,512명이란다. 공무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고, 또 행정, 농업… 전산, 사회복지, 사서… 등으로 직렬이 다양하다. 그 공무원… 대다수 국민들과 상관없는 너네들의 세상이라고?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 조직의 특수성을 이해해야만 한다. 왜?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니까? 그럼 “넌 왜? 너도 공무원이잖아! “, ”그렇지! “ 난, 이 ‘선’ 안에 있을 때 일반시민으로 돌아갔을 때 나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나름 고군분투한다고나 할까? 우리는 모두 국가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국가 안에서는 국민이고 시민이니까! 조직의 메커니즘 그리고 그 권력이 만들어내는 카르텔에 대해서 남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 나와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만들어내는 행정과 정치 그리고 조직은 ‘살아 있는 생물’이므로 인간적 이해를 위한 나름 철학과 역사를 재해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만이 그 자리에 있어 널리 이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역사는 바로 지금부터 거슬러 어제부터 말이다.


조직에서 일 년에 두 번 하는 근평(부서장이 소속 직원에게 하는 근무평가)은 최소 기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기준안에 들어가냐 아니냐로 갈리니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그 관리를 2년(급에 따라 다르지만)은 해야 한다. 왜? 2년 동안 4번의 근평중 가장 가까운 근평부터 퍼센트로 차등을 주어 백분율로 반영한다. 여기에 묘미가 있다. 자꾸 반복되는 말같지만 자기사람은 꾸준히 관리체제를 만들고 그와 경쟁이되겠다 싶으면 인사이동 조치로 관리체제가 성립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세력화되겠다 싶은 구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가급적 퇴직무렵에나 겨우 과장 승진시켜 나름 잘하는 인사입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평과 함께 추가로 임용권자의 재량이 가미되지만, 기준은 기준의 가치로만도 우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선출로 조직의 수장이 되는 정치지도자는 그 조직을 미쳐 이해하기 전에 조직원에 의해 그려진 그림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조직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장악하여 자신이 원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동안 관리되지(자의든 타의든) 못한 근평이 빠지고 최근 근평에 의해 점수가 올라가는 구조 속에 소위 ‘윗선 바라기’가 나온다. 조직의 기능을 위한 자신의 일(소위 시민을 위한 행정구현)이 아닌, 윗선과 얼마나 많은 교감 속에서 잠깐 반짝거리는 ‘듯한’ 일을 만들어 내어 이슈화하는 능력으로 그럴듯한 포장 속에서 정작 기본은 뒤로 물러나기 마련인 것이다. 여기에 시민이 체감하는 정도의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모든 정책은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존재했고, 반복되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데, 누군가는 조직의 승진신동으로 셀프승진으로 고고행진을 구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근평 관리 좀 잘해줘!”, ’무슨 말인지 알지?‘


이 말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눈으로 하는 말과 소리로 나오는 말에 따라서 말이다.


소위 인라인(인사라인의 은어)은 구현되는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자기 사람 챙기는데 이보다도 더 좋을 수는 없다. 곧 합리적인 근평조작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수위의 조절 속에 하나씩 끼어 넣는 3,6,9라는 말이 있다. 굳이 일을 일답게 할 필요 없이 차라리  적당히 있다가 3,6,9만 한다는 말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행정혁신은 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해가 먼저인 것이다.


가점으로 아무리 표창(국무총리, 장관)에 그리고 제안을 잘해서 우수제안자가 되더라도, 또 친절 공무원이 되어도 그것은 조족지혈, 새발에 피다.


근평시기였다. 인사총괄 과장이 사무실을 방문하고 부서장을 만나고 갔다. 출장을 다녀오니 불러, 이번에 아무개가 나이도 많고… 고작 1년 반 남은 아무개님을 1순위 줘야겠다 했다. 그러면서 이해해 달라고,


“고가 주는 건 부서장의 고유권한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하셔야지요! 이렇게 불러 말씀이라도 해 주신 것만도 고맙습니다.”


그 말을 하고 부서장실을 나오는데, 더러운 조직에 대한 환멸보다 허탈함 속에서 포기하든지 내려놓든지. 실은 PJ왕국의 수장이 바뀌자 전 수장일 때 봉인해 놓은 ’인라인’에 대한 봉인이 풀렸기 때문에 기대는 하지 않았고, 차라리 그런 자신에게 면책권을 주기 위해 자원해서 최일선으로 빠져줬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도면밀하게 옥죄었다. 하기야 그들 입장에서 나는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도 하겠지!


그리고 한 번의 인사이동이 있었고, 부서장이 바뀌었다. 6개월이 지나, 또 철새 돌아오듯 근평의 시절이 돌아왔다.


“열심히 하시는데, 1순위 줬어요!”, “아! 고맙습니다!”


근평이 공개되는 날 부서장이 불렀다.


“제가 부서장이 처음이라 점수 주는 것을 잘 몰라 1순위만 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점수에 100점을 주면 안 되는 줄 알고 99점을 줬어요! 어떡하죠? 미안해요”


아! 이렇게 이 점수는 반복되는군! 100, 99.9, 99.8도 아닌


그 부서장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었음에도 승진을 해서 나의 부서장이 되었더랬다. 여기서 난 정말 궁금해야 했지만,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난 성선설을 믿기 때문에 순수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뒤로 쭉쭉 빠진 순위…‘일보전진이보후퇴’ 면 다행이었겠지만, ‘일보 전진백보후퇴’ 격이 되었으니, 난 희망하지 않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가치를 두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써서 남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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