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더운 밤이다. 아마 내일 새벽의 비 소식 때문이겠지. 습한 가운데 아주 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반갑다.
제주에서의 밤은 참으로 고요하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풀벌레 소리. 깨끗한 공기. 아직 잠들지 않은 집의 약간의 소란스러움. 이 모든 것이 조화로운 여름밤의 풍경.
집으로 돌아가면 이런 것들이 가장 생각날 것 같다. 새벽의 여명. 아침 일찍의 청명하고 깨끗한 푸른 하늘. 쨍쨍한 햇살에 빳빳하게 잘 마른 수건. 해 질 녘 일몰. 그리고 늦은 밤 바라보았던 밤하늘.
이 모든 것들이 마치 한 여름밤의 꿈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나도 스노클링을 했다. 바닷속에 잠길 때의 고요함. 물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감각. 나 혼자 있었더라면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고 싶었을 만큼 자유로운 그 느낌. 이 세상에 오롯이 혼자 있는 것만 같은 그 느낌을 참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깊이 잠든 밤. 홀로 발코니에 앉아서 여름밤의 기운을 온전히 느껴보는 이 순간이 참 좋다. 맥주 한잔에 취하는 알딸딸함. 오롯이 느끼는 나만의 시간.
이렇게 제주에서의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