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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놀다 주머니시 Feb 27. 2020

숨내

지호랑

<숨내>


노인의 숨에선 이미 죽음의 냄새가 났다.

가늘게 헐떡이는 분당 서른 네번, 혹은 서른일곱 번의 숨이 병실의 찬 공기 사이사이로 스몄다.

주름진 손마디와 다르게 물풍선처럼 부푼 손등이 느릿 움직였다.

지친 눈동자는 초점 없이 오래 비어있었기에 아무것도 담지 못한 채 그저 열려있을 뿐이었다.


무음의 고통을 견디는,

결코 알 수 없을 시간들이 흐르고

그 텅 빈 눈이 그보다 더 허전한 곁에 가 닿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건만

한껏 끌어올린 숨으로 안도를 꺼내는 이의 마지막 소리가

그 숨내를 끊임없이 삼키게 한다.


내 숨에서도 죽음의 냄새가 난다.

네 숨에서도 죽음의 냄새가 난다.



#매주의글_3회차


#노인
 #부득이하다
 #지호랑
 @tlrdl_36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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