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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Jan 03. 2024

이야기, 그리고 오랜 꿈

불현듯 돌아본 오랜 기억들을 더듬으며

난 참,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느 날 불현듯,

이 문장이 뇌리에 박혔다.

그리고 마치 물줄기가 흐르듯,

옛 생각에 잠겼다.


돌이켜보니 나라는 사람은,

항상 이야기를 좇으며 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야간에 손전등 켜고 소설 쓰다가

들켜서 온갖 욕을 먹었던 군 시절.

(자세한 정황은 생략...^^;)

지금 생각하니 참...

별나고도 겁이 없었구나 싶다.

그때 그 선임은 얼마나 기가 찼을까.


불침번의 불꽃 싸다구!! (by. 이말년)

첫 직장이었던 게임 에디터 시절.

대다수의 게이머들과 달리,

게임의 설정과 배경에 집착했었다.

어떤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지.

그 세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덕분에 회사가 원하던 방향성과는

늘 결이 달랐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바로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한 걸지도.


첫 커리어가 꺾인 후,

직업에 대한 의욕을 잃었다.

'뭐 해 먹고살지?'라는 생각을 하면

울컥 서글픔이 치밀어 오르면서도,

고픈 일이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 곳에나 이력서를 넣으며,

무응답과 불합격에 익숙해지며,

한껏 가라앉아 방황하던 시절.

그 어두운 시절에도 위안이 돼 줬던 건

이야기를 읽고 쓰는 일이었다.

(그 시절에 쓰기 시작했던 게

<저 너머의 하늘>이라는 TMI...)


그즈음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생업과 꿈을 일치시킬 수 있다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적어도 당장은,

그 둘을 구분하는 게 낫다는 결론.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분야.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커리어.

때때로 치미는 실패의 비참함.

별 도리는 없었다.

그냥 견뎌낼 뿐.

가까이 둔 이야기를 벗 삼아,

오랜 꿈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새로운 취미를 접할 때도, '이야기'를 통해 친숙해지곤 했다.

글쓰기에 게을렀동안,

내 시간을 주로 차지했던 

다름 아닌 이야기였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시절이었다.

이야기가 주위 곳곳에 널린

참 좋은 시절.


일상의 고달픔이 깊을수록

더 매력적이었던 이야기 세계.

인물과 배경, 관계와 사건,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가상 세계.

한 번 들어서면 더 가고 싶고,

다시 나오자니 못내 아쉬운

늘 그런 마음이었다.


타인의 세상에서 시작된,

수많은 이야기를 즐기는 동안,

오랜 꿈이 다시 꿈틀거렸다.

오랫동안 품어온 그 꿈을,

이제 조금씩 싹 틔워보려 한다.


오래 걸릴 것이다.

성격과, 현재 상황과,

모든 조건을 고려했을 때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꿈꿔온 만큼의 시간이 걸린대도,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이야기책을 늘 품고 살았던 시간.

이제는 내 이야기를 채울 수 있는

빈 공책을 품고 살아가기로 한다.

한 장씩 우직하게 채워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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