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인사이트의 curaTIon [구독경제] #1
얼마 전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기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표적인 소형가전 서비스 회사인 웅진코웨이를 인수함으로써, 넷마블이 기존 게임 시장을 벗어나 스마트홈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산업적 시너지를 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와 함께 다시 한 번 각광받은 단어는 바로 ‘구독경제’이다.
정해진 물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받는 것을 의미하는 구독경제는 컨텐츠 기반 구독 서비스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등장과 함께 주목 받아왔으나, 과거에도 분명히 존재하던 유통방식이었다. 또한 현재도 구독경제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도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이뤄지는 구독경제 비즈니스는 구독의 대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상품 구독이다. 이는 사전에 소비자가 정한 상품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의미하는데, 특히 소비재 시장 (치약, 면도기, 남성 셔츠, 식품 등) 에서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수년 전부터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렌탈이나 리스의 방식으로 그 구매장벽을 낮춰왔던 대형 소비재들도 구독경제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외국의 완성차 업체들 역시 자동차를 구독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으며(자동차 X 서브스크립션, 레이스의 막이 올랐습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 1월부터 국내에서 Hyundai Selection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두 번째는 ‘구독’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컨텐츠 구독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금액을 내고 그 금액에 상응하는 컨텐츠를 구독하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에 어떻게 매달 돈을 바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컨텐츠 구독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를 바로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사업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이 시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결국 다른 사업자가 갖지 못하는 오리지널 컨텐츠의 보유 유무가 됐다.
마지막은 서비스 구독이다. 현재의 서비스 구독은 가격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를 차등화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상품 가격에 포함돼 기본적으로 제공됐던 워런티 서비스나, 소비자가 일회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누렸던 과거의 서비스 비즈니스에 비해서 훨씬 더 확장된 비즈니스로 발전하고 있다.
위에서 간략히 살펴봤듯이 각 분류에 따른 구독경제 비즈니스는 구독하는 상품의 퀄리티와 오리지널 컨텐츠의 유무, 마이크로한 니즈를 반영하는 상세한 서비스 설계 등을 그 성공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구독경제 소비자의 결제행위는 매달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점, 그리고 이에 따라 언제든 구독 중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 번의 구매결정만 이끌어 내면 됐었던 소유경제의 사업자들보다 훨씬 더 빈번한 리스크를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구독경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업자들이 모두 당면하는 공통 과제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구독경제의 개념은 단순히 리테일을 넘어 전 산업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트렌드인사이트에서 구독경제를 큐레이션 기획의 첫 번째 주제로 선정한 것 역시 그 파급력이 결코 한 때의 작은 트렌드로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 전망은 구독경제가 경제행위와 가족 구성원의 변화라는 커다란 사회적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도래했다는 점에 근거한다. 3-4인으로 구성된 종래의 가구는 공통된 수요의 집합체이자, 가구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력이라는 의무를 분할하는 일종의 조직이었다. 그러나 가구의 규모가 1인 혹은 2인으로 축소됨에 따라, 공통 수요의 규모는 현저히 줄었고 노동력을 나눠서 분담할 구성원은 사라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각 가구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개인의 니즈는 더욱 다양해지면서 수요의 범위는 확대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다시 말해, 수요의 크기는 줄었지만 그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동반되는 노동력을 분담할 구성원은 나 혹은 배우자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마트에 가지 않고도 필요한 물품만 반복적으로 배송해주고 (상품 구독),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컨텐츠로 즐거움을 향유하고 (컨텐츠 구독), 조금의 추가비용만 지출한다면 노동의 의무 또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구독) 구독경제 비즈니스가 지금 이 시점에서 성행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물며 더욱 다양한 니즈로 무장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계층으로 등장하게 된다면, 구독경제 비즈니스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유경제 패러다임이 구독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구독경제가 사회적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등장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소유경제 패러다임이 공고하게 유지되는 산업분야가 있을 수 있고, 어쩌면 더욱 빠르게 구독경제 2.0 혹은 3.0으로 그 발전속도를 올리는 산업분야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막 구독경제의 막을 올린 자동차 산업의 경우, 그 안착 여부를 두고 많은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가 소유경제를 상징하는 재화라는 특성에도 기반하고 있다), 이미 구독경제 패러다임을 수용한 게임 스트리밍 시장은 강력한 하드웨어 연결성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한 애플이라는 게임 체인저의 등장으로 인해 거대한 풍랑에 휩싸여 있다.
과연 구독경제는 소유경제를 대체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까지 구독할 수 있을까? 또한 과연 이 거대한 구독의 풍랑 속에서도 살아남을, ‘소비자가 가져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욱 다양한 가치를 필요로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를 선점하기 위해서 구독경제의 도입이 필연적인 것은 아닐까? 다섯 명의 에디터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구독경제에 대한 아래 아티클들에 위 질문들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