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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Dec 30. 2019

프롤로그

직업이 의사라고 했었죠?

직업이 의사라고 했었죠?


서울 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나를 부르더니 대뜸 이같이 말한다. 왜 나를 의사로 알고 있던 것인가. 직업을 말할까 머뭇거렸다. 나는 답했다. "기자입니다." 나는 30살도 되지 않은,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내 친동생을 살리고자,  의학논문을 읽으며 공부했다.  


하루에 한 번, 교수의 회진이 진행된다. 1분도 되지 않 그 찰나의 순간에 최대한 아는 것들을 모두 다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 동생이 살 수 있다. 그래야만 의료진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리라.


그래서 동생 주치의는 나를 의사로 알았던 모양이다. 교수는 가족 중 나만 따로 불러 동생의 절망적인 상황을 설명한다. 나는 다시 동생이 있는 병실로 다. 동생은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동생 손을 만지던 엄마에게 의사와의 대화를 전했다. 엄마는 "기자가 아니라 의사가 돼 동생 좀 낫게 해 주지 그랬어..." 그렇게 의사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기자로서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펜과 글로, 동생을 기록해 살리겠다고..'



다음 브런치를 통해,

<동생은 내게 우주를 선물했다>라는 책을 조금씩 써내려 합니다.


동생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을 보러 다니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려도 소용없었습니다. 동생은 20kg 넘는 망원경을 들쳐 업고 동산에 올랐습니다. 한번은 동생과 함께 올랐습니다. 힘겹게 동산에 올라 정상에서 가을 밤하늘을 올려보았습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밤하늘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영롱한 별들이 까만 도화지에 수놓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생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깊은 좌절에 빠졌지만, 그래도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우주에 있다는 것을요. 동생은 그렇게 제게 우주를 선물하고 떠났습니다.



생존본능의 일환으로 망각의 회로가 가속화됐지만,

그토록 고통스럽고 잊고 싶었던 과거로 돌아가 동생과 다시한번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곳으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cf. 브런치를 통해 책을 쓰는 만큼 내용과 구성, 목차 등이 계속해서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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