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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꼽슬 Curlywavy Jang Dec 15. 2019

[리투아니아 작품개발 #1] 아홉수의 시작

     2018년 한국-리투아니아 커넥션 프로그램을 통해 리투아니아의 두 도시, 빌니우스와 클라이페다를 방문해서 리투아니아 씨어터 쇼케이스((Lithuanian theatre showcase)와 사이레노스 페스티벌(Sirenos Festival)에 선보이는 리투아니아의 여러 작품들을 봤고 공연예술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2주간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리투아니아라는 동유럽의 낯선 나라의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연극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다. 그러면서 이들과 가까운 미래에 작업을 함께 해본다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떠한 형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볼지 즐거운 상상을 했는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라는 이름의 문화 공간에서 리투아니아 아티스들에게 해보카 프로젝트(HaVokA Project)의 그간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 우리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들의 의미, 그리고 그 이야기를 무대화하는 방식을 흥미롭게 본 분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었다.

2018년 빌니우스 극장관계자 및 창작자들과의 오픈 네트워킹 이벤트(장소: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

     그 분들은 리투아니아 국립극장(http://www.teatras.lt)의 예술감독 마르티나스 부드라티스(Martynas Budraitis), 크리스티나 사비키네(Kristina Savickiene)였는데 2020년 혹은 2021년에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에 올라갈 다큐멘터리 연극을 함께 작업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었다. 이후 그들의 극장에 가서 여러 공간들을 둘러보고 자신들의 국립극장이 현재 이 도시에서 하고 있는 예술적 역할과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 긴 시간동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리투아니와 국립극장과의 작업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1) 공동 작업 주제 선정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은 매년 자신들의 작품의 방향성을 대변하는 주제를 정하고 그 키워드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무대에 올려왔다. 2018년의 화두는 “집, 이주, 공동체(Home, Migration, Community)”였는데, 이는 리투아니아의 인구 350만명 중 최근 몇 년 사이에 50만명 가까운 인구가 더 좋은 일과 환경을 유럽의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리투아니아 사회가 많은 동력을 잃어버리는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자유의 공식(The Freedom Formula)"을 주제로 선정하여서 자유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의 2019년 키워드인 “자유의 공식(The Freedom Formula)”과 관계된 프로그램

     이들은 해보카 프로젝트의 작업 중 ”씹을거리를 가져오세요“가 한국 사람들의 화라는 감정 안에 숨어있는 욕망을 들여다보는 시선, 그리고 ”어닝쑈크“라는 작품에서 예술계에서는 직접적으로는 잘 다루지 않는 돈에 대한 이슈를 카지노, 경매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다루는 접근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말하며 자신들이 지금 다루고 있는 주제 외에도 외부인의 시선에서 리투아니아를 볼 때 다뤄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자유롭게 이야기달라고 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작품의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택의 폭이 넓기도 했거니와, 리투아니아라는 나라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짧은 경험을 가지고 타 국가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주제를 결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또한 한국에 돌아온 뒤 인터넷을 통해 리서치를 통해 알아가는 그 나라의 사회와 문화는 나와는 다른 그냥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이후로 다시 생각을 원점으로 돌려 내가 리투아니아라는 나라에 흥미를 가지게 됐던 개인적 경험에 좀 더 집중하며 그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리투아니아에서 만났던 연극인 중 한명이 이런 얘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이 곳의 연극인들은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온 이전 세대의 연출가들 다음으로, 리투아니아의 감성을 가진 새로운 연출가의 등장을 다들 기다리고 있어.”


     사회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는 그 친구의 솔직한 표현 속에서 리투아니아에 사회적, 문화적으로 조용하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면서 세계의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내가 느끼는 변화의 무게, 그 변화에 대처하는 나의 마음은 어떠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39살을 눈앞에 두고 결혼, 유학 등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는 내 자신은 현재 나의 개인적 변화, 그리고 나를 둘러썬 사회적, 관계적 변화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있는 아홉수라는 소재를 가지고 양국의 변화의 모습과 그 변화 속에서의 개인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커졌고 이 생각을 시작으로 "아홉수(No.9)"이라는 작품의 개발을 시작했다.











2) 현지 리서치 및 인터뷰 진행


     이번 리서치에는 해보카 프로젝트의 연출인 나와 프로듀서이자 작가로 참여하는 김재동, 총 두 명이 참여하였는데 리서치를 떠나기 전 영상통화를 하며 이번 리서치 기간 동안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해 충분히 전달했다. 19세, 29세, 39세, 49세, 59세 등 다양한 연령대의 리투아니아인, 혹은 자신의 인생에서 큰 변화를 경험한 혹은 경험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그리고 다큐멘터리 댄스 씨어터라는 형식을 함께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안무가 만날 수 있도록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측에 사전에 도움을 요청했다. 기획팀장인 크리스티나는 우리가 방문하기로 한 7월은 리투아니아 연극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기간이라 꼭 만나봤으면 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방문하는 빌니우스에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행히도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홍보담당자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페이스북 홍보 및 국립극단원들에게 문자메시지 발송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현재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작품 내용, 그리고 이번 리서치의 취지에 대해 설명해줘서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아홉수(No.9)" 작품설명 및 인터뷰 참여자 모집 공고

     이번 리서치를 진행하며 우리가 궁금증을 가진 지점이 있었다. “변화의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각자가 가지게 되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태도는 과거 변화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연관성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어떤 연관이 있는가?”. 리투아니아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러시아를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이 1945년이었으니 반세기가 훨씬 더 지나 우리 세대에서는 일본으로부터의 지배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감정을 가지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리투아니아는 1990년 독립을 했고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고 그것들을 없애려는 움직임들이 많이 있다. 가까운 예로 작년 방문했을 때에 찾아갔던 클라이페다 드라마 씨어터와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은 러시아 지배 시기에 지어졌던 건물인데 모두 그 양식을 허물고 자신들의 건축양식으로 리노베이션 하는 중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어떤 영향을 받으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가? 이러한 면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보면 리투아니아의 지금의 변화의 모습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그것을 통해 한국의 변화의 모습 또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거울삼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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