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감 Oct 19. 2019

[주관적 리뷰] 로맨틱 홀리데이

#겨울영화 #한스짐머 #유감리뷰

로맨틱 홀리데이
Holiday, 2006



나에게 겨울 영화를 추천해 달라 말한다면 주저 없이 이 영화를 선택할 것이다. 단순히 배경이 겨울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겨울에 느낄 수 있는 로맨틱함 그 이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영화 제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로맨틱 홀리데이’로 개봉했지만 원작의 이름은 ‘ the Holiday’ 즉 '휴가'이다. ‘로맨틱’ 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를 나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휴가’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온전히 이해하지 못 해서 그 앞에 ‘로맨틱’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로맨틱’이라는 단어가 붙음으로 인해서 이 영화를 단순한 로맨틱 영화로 한정 짓는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13번을 본 이번까지도 영화를 보며 느낀 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낮추는 요소들에 대해 싸워나가는 인간극장 같은 느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 주인공 4명 모두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나름의 치유 받지 못한 상처를 가지고 ‘Holiday’를 맞이한다.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어메이징 한 OST. 독일의 영화 음악 거장인 한스 짐머의 ‘Maestro’가 메인 테마이다. 그가 만든 영화 음악을 들을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4분이 안 되는 음악 안에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감정들이 담겨있는 듯하다. 영상미는 크리스마스 영화 치고는 오히려 투박하게 느껴진다. 연말이라는 설렘에 과하게 포장하기보단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편이랄까. 겨울마저 따뜻한 미국 LA의 대저택과 눈이 가득 쌓인 채 온몸으로 겨울을 느끼고 있는 영국의 시골집을 여과 없이 대비해 보여준다. 이 대비에 주인공들이 앞으로 마주할 운명과도 같은 만남, 그리고 자신이 잊고 있던 자신과 마주할 미래가 들어 있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아만다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눈물 흘리는 법을 잊을 만큼 자신의 감정과 마주할 힘이 없다. 따뜻한 겨울이 존재하는 LA와 성공과 외로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녀는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그런 그녀가 겨울의 완벽한 모습을 지닌 영국 시골 마을로 떠났고 스스로 없을 거라 생각했던 모습들을 발견한다. 충동적인 사랑 속에서 참아왔던 감정들이 눈물과 함께 쏟아졌다. 반면 아이리스는 감정 과잉 속에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시작에 아이리스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좋아한다. 상처받는 사랑에 익숙하거나, 하고 있거나,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이다. 상처 받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사랑’이라 믿고 끝까지 자신을 다른 사람 인생의 조연쯤으로 만든 그녀는 따뜻한 겨울의 LA로 떠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대저택, 비버리 힐즈,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옆집 할아버지까지. 조금은 건조해 보이는 겨울 속에서 드디어 아이리스는 스스로를 불행으로 이끄는 감정의 과잉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런 그녀들과 운명처럼 만나는 그들이 있다. 모든 것을 갖춘 듯 보이는 머리가 까져도 멋있는 주드 로가 맡은 그레이엄과 순정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모지만 연애 바보인 잭 블랙의 마일즈. 남자 주인공까지도 이 영화에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
   
                  감정적 하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상처를 외면하고 보지 못하는 사람을 떠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봐주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을 만났다. Holiday의 핵심은 이거다. 계획하지 않은 떠남 속에서 결국은 ‘나’와 마주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단순한 러브스토리처럼 첫눈에 반해 정신 못 차리는 영화가 아닌 감정적으로 약해진 우리에게 숙제를 주는 영화. 그래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겨울, 연말이 다가오면 찾게 되는 영화이다.
   
                  올 연말, 이 영화처럼 운명적인 사랑은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상처받은 감정들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여야겠다. 새로운 계절과 만남을 위해 준비하는 마음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