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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감 Oct 19. 2019

[주관적 리뷰] 버드맨

#마이클키튼 #에드워드노튼 #유감리뷰

버드맨
Birdman, 2014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버드맨.


영화를 보는 내내 '잘 만든' 상업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카메라 움직임에 따라 쉬지 않고 계속되는 드럼 소리라던가, 시간의 흐름을 장면전환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등의 영화적 요소는 관객을 영화에 완벽하게 몰입시켜 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버드맨'이 있다. 또한 '버드맨'의 시절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 혹은 순간이라 할 수 있는 버드맨. 그 순간이 어찌나 달콤한지 현실의 모든 행동들이 그 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지금의 현실은 그 순간과 비교하면 비루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의 나를 진짜 내 모습이라 생각하고,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영광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 속에는 현실의 나를 부정하는 모순이 들어있다.


영화의 주인공 리건 톰슨 역시 한때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에서 톱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이후 계속되는 실패 속에 살고 있다.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을 하기도 한다. 연기로 무대를 가득 채워야 하는 연극 무대에서 그는 좌절하고 또 좌절한다.


리건 톰슨이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라면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마이크는 시종일관 불편함을 전달하는 인물이다. 대외적으로는 뛰어난 연극배우로 인정을 받지만 현실에서는 남자구실도 못하는 문제 덩어리이다. 현실의 비루한 모습과 달리 그는 무대 위에만 오르면 180도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맡은 역과 하나가 되는 것뿐 아니라, 무대 위에 있는 소품 하나도 '가짜'인 것을 싫어한다.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속에서 '뭐 저렇게까지 과하게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허세 덩어리에 공격적이고 시종일관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는 주인공인 리건이 자신이 만든 연극에서 과거 버드맨의 영광을 버리고 진정한 배우로 변할 수 있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마이크를 만나기 전까지 리건에게 지금 하려는 연극은 이전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한 수단이자 발판이었던 셈이다. 그는 이 연극을 통해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했고 실제 자신을 쏘는 행위로 자신을 쫓아다니던, 어쩌면 자신이 놓지 못하던 버드맨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인간에겐 누구나 '버드맨'이 있다.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라 생각되는 그런 시절과 순간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은 때로는 현실의 나를 위협하곤 한다. 소위 잘 나갔던 과거 순간의 나는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나를 바꾸려 한다. 겸손함을 보지 못하게 눈을 막고, 허황된 꿈을 꾸게 한다. 내가 지금 가지려는 것들, 하려는 것들이 진정 현실의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과거 어느 순간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함이라면 과감하게 그것을 놓을 수 있는 현실 인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과거는 후회이고, 미래는 불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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