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글방(2023.2.19. 일. 관심)
‘아는 만큼 보인다’는 누가 먼저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생을 관통하는 문장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분야나 관심이 없었던 것도 인지하는 순간부터는 눈에 띄기 시작한다.
길고양이에 마음을 준 순간부터 차 밑 작은 두 발이 잘 보인다던가, 장애인협회 뉴스를 보고 난 후에야 마트에서 집까지 오는 길에 턱이 말도 안 되게 많다는 것을 눈치 챈다던가, 아기를 낳고 나서야 좋아하던 카페가 노키즈존이라는 걸 깨닫는다던가, 천리향 꽃 향기를 맡아본 후에야 동네 담벼락 나무가 천리향임을 깨닫는 다던가 하는 것들.
관심(關心)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라고 한다. 관계할 관에 마음 심을 쓴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 관계가 생기는 것. 나의 마음이 어떤 마음에 가닿고 닿은 마음을 곧잘 들여다보는 것. 나는 어떤 마음으로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지 찬찬히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면 나는 수없이 많은 것에 관심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것에 관심 없이 살아왔다. 의자, 학용품, 패브릭, 그림, 책 같은 물건부터 시작해 인간관계, 걷기, 여행 등 형체가 없는 것들에도 마음을 쏟았다. 고양이나 친구와 가족에도 애정을 쏟았다. 때때로 무형의 것은 유형의 것보다 사랑스러웠으나 자주 나를 슬프거나 외롭게 하기도 했다.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해 관찰력이나 눈썰미에 대해 칭찬을 받는 일도 있었으나 칭찬에 자만할 즈음에는 늘 내가 나도 모르게 소외시킨 것에 대해 반성할 시간도 찾아왔다.
세상 모든 것에 고르게 관심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좋아하고 더 좋아하는 것, 사랑하고 더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지만 더 신경 써야 할 것들을 고르고 골라 관심을 둔다. 열심히 체에 거르듯 중요한 것들을 골라내지만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엉뚱한 것에 시간과 사랑을 투자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후회하지 않고 지나간다. 샛길로 빠진 관심이 어딘가에는 작은 보탬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요즘 나의 모든 관심은 집 안에 쏠려있다. 칭얼대다 흘린 눈물마저 아깝게 예쁜 나의 아기와 밤이면 나란히 앉아 농담 따먹기 하고 서로에게 쪽지를 남기는 남편, 애정이 늘 고픈 하얀 고양이 흰둥이와 가끔 만져주기만 하면 만족하는 까만 고양이 키키가 있는 나의 집. 평생 이고 지고 살겠다고 가져온 의자며 책이며 다 내 다 버리고 팔아치우게 만드는 나의 관심사들. 나의 물건들을 비우고 아기와, 남편과, 고양이들을 위한 물건들로 집을 채우면서도 잃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온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관심사들을 한 번씩 더 어루만지며 생각한다. 아, 이것 참 행복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