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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열심히 놀아야겠다 #1

건강할 때 여행 다니기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 발생.

2020년 1월.

한국에서 첫 확진자 발생.

그리고, 2020년 2월 첫 주

우리 가족에겐 하와이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우한 코로나로 불리며 질병관리본부에서 염병 위기경보를 ‘관심단계에서 ‘주의단계로 상향하던 시기였다.

하와이 여행 카페에서는 코로나 무섭다며 호텔과 비행기를 취소하는 사람들, 아직은 다녀와도 되지 않겠냐며 기다려 보겠다는 사람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사람들, 하와이 현지 상황은 어떻냐며 묻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여행에 있어서 상당히 주체적인 나는 가족들에게

“우리는 무조건 하와이 간다.”라며 엄포했다.

2주 정도 남은 시점에서 항공, 호텔, 체험 수수료만 해도 수백만 원을 날릴 상황이었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원 스케줄로 장거리, 장시간 여행도 힘들어질 것이고, 앞으로 코로나가 더 심해진다면 규제가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에 하와이행을 강행했고 남은 가족들도 동의했다.


출국 당일 인천공항. 북새통을 이루던 면세점은 한산했고, 여행객들도 거의 없었다. 하와이에 도착해서는 우리 가족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 염려는 1도 없이 여행을 이어가던 어느 날 유명 레스토랑에 갔을 때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백발이 희끗한 중년 남성이 홀로 식사를 하다가 우리 가족에게 말을 건넨다.


- 어디에서 왔냐?

- 대한민국에서 왔다.

-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 나라냐?

- 아시아 대륙 동쪽,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

  유명한 축구선수 쏜(SON) 모르냐?

- 쏜? 모른다. 그런데 너희 코로나 괜찮냐?

- 문제없다. 그건 중국 우한시이고 우린 괜찮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 뒤로 중년 남성은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무서웠나 보다. ㅋ ㅋ ㅋ





하와이는 정말 천국이라며 집에 돌아가기 싫다, 여기 살고 싶다는 둥 하와이병에 걸린 우리는 순간을 아까워하며 지냈다.


그런데 내가 걸린 건 하와이병만이 아니었다.

여행 막바지 2, 3일을 남겨두고 몸에서 열이 나고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준비해 간 종합감기약, 두통약, 진통제, 해열제를 모조리 털어 넣고서 컨디션을 보며 쉬엄쉬엄 여행했다. 증상은 호전됐으나 미열은 남아 있었고 코는 맹맹했다.


수많은 여행, 그것도 타국 여행 중 단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던 나는 코로나인가 싶어 귀국하기가 무서워졌다.


공항 검색대에서 나 혼자 어딘가로 끌려가는 건가?

가족들과 격리되어 병원에 갇혀 지내야하나?

출근은 어떻게 하지? 등등 온갖 걱정과 아쉬움으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귀국  해외 입국자 전용 선별 진료소에 갔다.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며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여행 일시, 목적, 경로, 그리고 나의 증상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고 검사  단순 감기임을 판명받았다.


감기라니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 얼마나 걱정되던지 며칠 맘고생했던 거, 타국에서 아팠던 거 생각하니 기회 될 때 건강할 때 더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80대 할머니가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 중 하나가 더 많이 놀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룬 일이라 한 말이 생각난다.


나 스스로 한량 체질이라 인정하고 놀고먹을 때가 가장 즐거운 나는 국내외 여행을 수없이 다녔고 또 다니고 있지만 앞으로도 내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진 계속해서 놀 계획이다. 놀기 위해 일하고 나와 가족을 위해 여행하는 내 계획은 언제나 옳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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