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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어머님 존경합니다.

여동생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하얀색의 국화 한 송이가 소담하게 피어있다. 그리고 ‘다음 생애도 어머님 며느리 할게요’라는 상태 메시지가 있다. 동생의 시어머님은 동생이 결혼하고 조카를 낳은 지 3년 되던 해 자궁암 판정을 받고 암투병을 시작하셨다. 자궁암에서 폐암으로 전이되고 7년간의 투병으로 요양병원 생활이 대부분이라 시어머님을 생각하면 늘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했던 동생이다.     

 

친한 지인들과 가까운 둘레길로 산책을 나섰다. 건강, 사춘기 자녀, 먹고사는 이야기 등 시시콜콜한 단골 주제들로 대화를 이어가다 한 언니가 시어머님과의 불편한 관계를 언급했다. 최근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했는데 모두 시어머님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어머님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결혼하고 시어머님을 겪은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시어머님과의 관계는 어렵고 부담스럽단다.  

  

고부관계. 같은 여자인데 이해의 범주가 너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나의 시어머님 관계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결혼 10년이 넘어도 한결같이 시어머님을 존경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내 성격상 용건 위주로 연락드리고 며느리 노릇 정도만 하는 편이다. 시어머님은 가끔은 서운할 법도 하실 텐데 ‘바쁘니 괜찮다, 애들 키우느라 고생이다’며 이해해주시고 한결같이 대해주신다.      


결혼 전 남편이 “우리 엄마는 너 시집살이 안 시킬 거야.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우리 엄마가 그동안 보여주신 삶이 그럴 분이셔.”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그건 모르지, 시어머님과 며느리의 관계는 겪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단정을 해.” 자고로 겪어봐야 안다는 나의 대답에도 남편은 끝까지 자신의 어머니는 며느리 힘들게 하실 분이 아니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10년이 넘도록 살아보니 남편의 말이 맞았다. 시어머님은 시집살이는커녕 며느리를 아끼고 진심으로 대해 주시는 분이라는 걸 종종 느낀다. 남편과 결혼 준비할 때도 내가 서운하지 않게 둘이서 지혜롭게 준비해라 하셨고, 첫아이 임신 확인차 산부인과를 갈 때도 친정엄마가 곁에 살았으면 함께 가주셨겠지만 멀리 계시니 처음에만 함께 가주시겠다고, 경험 있는 사람이 함께 가주면 더 안정되고 든든할 거라고 하셨다. 친정엄마를 대신해 처음 겪는 일에 며느리 불편하지 않게 한 발짝 뒤에서 어머님이 동행해 주시며 어머님만의 방식으로 힘이 되어 주셨다.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 고생한다 격려해주시고, 아이들 아플 때, 어린이집, 유치원 다닐 때 직접 케어해 주시던 시부모님이 곁에 계셔서 든든했고 감사했다.

    

하지만 내가 시어머님을 존경스러워하는 이유는 아들을 온전히 독립시키셨다는 점이다. 장성한 아들을 결혼을 시작으로 독립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고 여기까지는 대부분 받아들인다. 정작 중요한 독립은 그 이후의 정신적인 독립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며느리의 남편,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의 아버지로서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독립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겪은 시어머님은 남편을 훌륭하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독립시키신 분이다. 내가 낳고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라 내 소유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시며 새로운 가정을 위해 서로 노력하고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하신 어머님이시다.  

   

나이가 들어도 노인이 있고 어른이 있다. 나의 시어머님은 훌륭한 어른이시다. 보여주신 삶이 교육이고 본받고 싶은 면들이 충분히 많다.  아들 나도 시어머니가 된다면 나의 시어머님처럼 고부간의 예의와 선은 지키되 불편하지 않는 관계로 지내고 싶다. 살갑지 않고 애교도 없고 부족한  많은 며느리지만 허물은 덮어주시고 잘한다 믿어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성숙하고 어른다운 어른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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