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쪼그라든 어느 날의 일기
오래전 퇴사해 지금은 임신을 준비 중인 전 회사 동기가 이런 말을 내게 해 준 적이 있다.
“계속 회사 생활하는 친구들은 참 강해 보여. 그냥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랑 비교하면, 어쨌든 싫은 사람들과 계속 부딪치면서 생기는 면역 같은 게 있잖아.”
회사 생활에 대해 투덜거리는 나에게 위로 겸 조언으로 건네준 사려 깊은 말이 꽤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과연 맞는 말이다. 내 세상을 넓히기 위해서는 나와 반대쪽에 서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라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만나는 것 자체로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음을 가끔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 회사 생활에서 생기는 바로 그 사회적 맷집.
나같이 심신 미약형 인간에게 꼭 필요한 갑옷이다.
하지만 며칠 전 별것 아닌 일로 심장이 쪼그라드는 일이 있었던 오전을 지나, 점심을 먹으며 동료에게 이래저래 해서 사회적 맷집을 기르는 일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냐 물었더니, 그 동료는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아까운데, 싫은 사람들을 꼭 보고 살아야 할까요?”
갑옷 속에 숨겨둔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었다.
사실은 싫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기 싫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마음에 맞는 이야기만 하고 살고 싶다. 아무리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을 퍼부어도 싫어하는 것이 좋아지는 일은 가뭄에 콩이 나는 일이다.
사회적 맷집이 없어도 잘 살고 싶다.
그 따위 것 없어도 괜찮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