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뮤지엄 - feat. 빼앗긴 유물전
오늘 우연히 페이스북 그룹에서 추천한 고흐의 그림이 눈에 띄어 출처를 확인하니..
필라델피아 뮤지엄에 있다고 하네요.
고흐의 그림을 찾아서 제대로 볼량으로 Online collection DB를 통해 그림을 찾아보았습니다.
이곳엔 시기별 나라별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이 많이 소장되어 있기도 하고 그 규모 또한 미국 7대 뮤지엄에 선정될 만큼 컬렉션이 방대하다고 하니 손과 눈이 바쁩니다. 게다가 이렇게 다른 대륙에 멀리 있지만 온라인 컬렉션으로 그림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제 눈에 들어온 오늘의 고흐 그림은 고흐가 죽기 1년 전인 1889년에 남긴 미완성과 같은 그림이예요.
휘갈긴 붓터치와 빈 공간이 더 그런 느낌을 주기도 했고 쏟아지는 빗줄기의 사선과 함께 아래로 떨어지며 멀리 밭고랑들을 넘어 나무 덤불까지 소실점을 모아주는 구도가 색다르고 흥미롭게 보여 이렇게 소개를 해봅니다.
Vincent van Gogh , Dutch, 1853 - 1890 / Oil on canvas / 73.3 x 92.4 cm
애쉬 블루 같은 저채도의 그림톤도 고흐가 즐겨 쓰던 찬란한 노란색과는 매우 거리가 멀어져 있기에 제 맘에 더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요즘 프라하의 날씨와 아주 찰떡이기도 하구요.
캔버스 위의 빗줄기를 힘없이 떨궈 그려낸 그의 손길 아래로 덤불이며 하늘을 표현한 그 특유의 붓터치도 미약하나마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죽기 1년 전의 흐린 비 오는 잿빛 하늘.. 미완성 만을 생각하면 우울한 상황에 손이 힘이 부족해지는 고흐를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 그림을 그리던 1889년에 고흐는 The Starry Night, Irises, self-portrait, The Olive Trees처럼 수많은 대표작들을 그려내던 때였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날은 고흐만의 비 오는 날의 감성으로 봐주셔도 될 것 같아요.
고흐의 그림을 보고 난 후 온라인 컬렉션 DB에서 나라별 작품들도 모아서 볼 수 있어서, 'Korea'를 찾아 검색했더니 북한 작품도 세 점이나 가지고 있어서 North, South를 구분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컬렉션이 481점이 검색이 되었는데,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니 제 눈엔 이건 머 중앙 박물관급의 유물들이 대거 와 있었습니다.
이게 참.. 묘한 느낌이더라고요.
보통 큰 뮤지엄에 갔을 때 '한국관'이 있으면 반갑고 몇 점 되지 않는 도자기류가 전시실 한편에 있을 땐 기특하게 보였는데, 이게 너무 '상태가 좋은 - 오래된 - 보물'들이 수백 점이 있으니 먼가 강탈당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대영박물관에 이집트 사람들이 가면 이런 느낌일까 싶더라구요..
벽째 뜯어온 유물과 뿌리째 뽑아온 오벨리스크들을 보았을 때는 빼앗긴 유물의 주인들에 대해선 무감하게 흘려 생각했었고 나도 한편 '그래도 이렇게 이 나라가 보물이라고 들고 와서 보존을 잘해놔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면도 있어'.. 하며 눈감았었는데 우리 유물들도 누군가의 정성으로 잘 보존되어 있는 걸 보니 이게 역지사지로 마음이 상충되었습니다.
우리 문화유산이 어떻게 여기까지 이렇게 와있나 보면 누군가의 컬렉션으로.. 누군가의 기증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신라시대부터 고려청자는 물론이요.. 8~9세기 기와까지 있으니..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누군가의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나라에 와서 이걸 싣고 갔겠지요.
그 외 작품들은 서화부터 사진까지 다양하구요 시기별 유물도 있지만 현대 작가의 작품도 기증되어있었습니다.
유럽에 살면서 이 나라 처마 끝을 보면서 감탄하고 살았는데, 우리나라 8세기 처마 끝이 이렇게 아름다웠는지 이제 알았습니다.
좋은 면으로 생각하자면 이 다양한 유물들과 작품을 계기로 우리의 이런 찬란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세상에 알릴 수도 있기에 끝까지 잘 관리하고 좋은 기획전으로 많이 보여지는 계기가 더 생기길 바래봅니다.
오늘 그림 덕분에 이렇게 미국 필라델피아에도 한번 가 볼일이 생겼어요. :)
한번 더 찾아보실 분들은 아래 링크로 꾹~!
ⓒ h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