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사별교육을 준비하는 마음-3
"니 삶의 주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니?"
"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나지!"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거다.
내 기준 내 삶의 주인은 당연히 나다.
얼추 성인이 된 시점부터는 왠만한 일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구조 안에 살게 되었으니까.
사는 동안 꽤 많은 것들을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죽음은 내가 선택한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나는 내가 언제 죽을 지 알 수 없고, 내일 당장 이 세상에 없을 수 있음에도 마치 천년을 살 것 처럼 많은 것들을 바라고, 원망하며 오늘 하루를 또 살고 있다.
발달장애인들과 현장에서 함께하면서, 점점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 자신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현장에서 20년 넘게 그들과 함께 해왔고 나름 그들을 옹호하는 마음으로 일한다 떠들고 다니는 나도
(솔직한 말로) 그들을 그들 삶의 주인으로 대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았다.
내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하라는 지시형 말을 할 때가 많았고, 왜 자신의 행동을 고치지 못하냐며 타박할 때가 부지기수였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최근 7-8년 전 부터 발달장애인들에게 '사람중심실천' 이라는 관점이 장애인복지의 핵심이 되면서 현장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세세하게 묻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일종의 가치중심 철학이다.
당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의 그림을 그리고 주변인들은 그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는 '당사자 중심의 삶의 그림' 을 의미한다.
현장에서 6년 가량 사람중심실천이라는 가치를 학습하고 체득하면서 그들의 삶을 조각조각 들여다보다보니 그 끝인 '죽음' 과 '가족과의 사별' 에 대한 준비라는 종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들이 진정 자기 삶의 주인이 되게 하려면 단지 '하고싶은 것을 하도록 해주는 것' 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자신이 자기 삶을 그려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 꼭 거창한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나는 그 끝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포괄해야 한다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스로 준비할 지 말지 자체를 결정하게끔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예 죽음준비 여부를 선택할 기회 자체가 없으니까..
사람은 누구나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되기를 원한다. 때문에, 내 삶의 마무리도 내가 결정하기를 원해 건강관리도 하고 종교생활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마지막 그림을 그리며 산다.
<김영아가 원하는 나의 마지막 그림>
1.남은 시간 동안 내가 정말 하고 싶던 것을 작게나마 실행한다.
2.내 물건은 내가 스스로 정리하고 간다. 줄건 주고, 버릴건 버리고, 팔건 팔자.
3.(내 병의 조건이 된다면) 호스피스에서 임종을 준비한다.
4.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꼭 말하고 간다.
5.온라인 상의 내 정보는 내 손으로 싹 지우고 간다.
6.영정사진, 마지막에 입을 옷도 내가 스스로 선택한다.
7.치료보다는 통증관리에 집중해 좋은 컨디션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8.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으며 남은 시간을 보낸다.
난 내 삶의 마지막을 이렇게 준비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죽음을 미리 그리고 준비해놓고 싶다.
그리고, 발달장애인분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당신 삶의 주인이 당신이 되려면 마지막에 대한 준비도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이다.
며칠 전, 40대 발달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죽읍/사별준비교육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첫 만남의 메시지는 딱 하나였다.
"내 죽음과 가족과의 사별을 왜 미리 준비해야하는가"
내 삶의 주인이 진정 내가 되려면, 가는 모습 까지도 준비해야 내가 주인이 되는거니까.
그러니까 같이 준비해봐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