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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오 Sep 18. 2020

[축구, 그리고 미국] EP 1: 플레이오프

MLS의 플레이오프 제도

많은 미국인에게 스포츠는 삶 그 자체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4대 프로 스포츠 외에도 MLS, 대학 스포츠 (NCAA), 테니스, 골프 등 정말 다양한 스포츠를 사랑하는 미국이다. 그리고 미국 프로 스포츠 문화에서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플레이오프'다. 포스트시즌 (Post Season)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플레이오프(Playoffs)는 정규시즌이 끝난 후에 상위권 팀을 중심으로 시작하는 ‘또 다른 리그'라고도 볼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한 시즌의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방법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내 야구, 농구 팬은 플레이오프/포스트시즌 포맷에 친숙하지만 전 세계 축구 팬은 시즌 우승자를 가리는 개념으로는 이해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축구 리그는 정규시즌을 통해 승점을 많이 쌓은 팀이 우승팀이 되는 구조이다. 하지만, 축구에도 플레이오프가 아주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K리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리그에서는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제도가 존재하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월드컵 등 메이저 토너먼트가 플레이오프와 유사한 구조이다. 


MLB, NFL의 플레이오프 역사

플레이오프 제도는 미국의 제일 오래된 스포츠 리그인 MLB에서 시작됐다. 1903년, National League(NL; 1876년 창립)와 American League(AL; 1901 창립)가 합쳐지면서 MLB가 탄생했다. 리그 두개가 합쳐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 리그의 우승팀이 맞붙어 최종 승자를 가리는 7전 4선승제 결승 시리즈를 진행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World Series, 그리고 플레이오프의 시초이다. 현재의 NFL도 비슷하게 두 리그가 합쳐져 한 리그의 두 컨퍼런스(Conference) 형태이며 각 컨퍼런스(NFC와 AFC)의 우승자가 Super Bowl에서 만나 시즌 최종 승자를 가린다.


NBA, NHL의 플레이오프 역사

NBA와 NHL 같은 경우 특별한 역사적 이유가 아닌 단순하게 지리적으로 동/서부 각 2개의 컨퍼런스로 나뉘어져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면적의 미국은 서부 LA에서 동부 뉴욕까지 비행시간만 5시간이고 시차는 3시간이 차이 난다. 이렇게 큰 나라 곳곳에 프로 스포츠팀이 있다보니까 물리학적으로 한 시즌에 모든 팀 간의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 동/서부 컨퍼런스로 나누게 됐다. 정규시즌 중 컨퍼런스 내에 팀들과 더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되고 동/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를 치른 후 각 컨퍼런스 우승팀이 결승에서 만나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MLS의 플레이오프

세계 다수의 축구 리그와 달리 MLS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시즌 우승팀을 가린다. NBA, NHL처럼 동/서부 컨퍼런스로 나누어져 있는 MLS는 정규시즌 종료 후, 각 컨퍼런스 상위 팀이 플레이오프로 진출하고 각 컨퍼런스 우승팀이 참가하는 MLS Cup 경기의 승리 팀이 시즌 우승팀이 된다. 


축구 역사가 깊은 영국, 독일, 스페인 등에서는 정규시즌에서 승점이 제일 많은 팀이 해당 시즌 최종 우승팀이며 축구 팬에게는 이런 개념이 당연하다. 당연히 미국의 많은 축구 팬들도 MLS의 플레이오프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MLS는 여러 차례 플레이오프의 형식을 수정해오며 플레이오프 문화에 익숙한 미국 스포츠 팬, 그리고 그 반대의 축구 팬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2019년에 한 번 더 플레이오프 방식을 수정했다. 

2019년 부터 새롭게 개편된 MLS 플레이오프 방식. 동/서부 컨퍼런스 정규시즌 1위 팀은 2라운드 부터 플레이오프에 참여한다. (출처: mlssoccer.com)

기존에 홈/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던 경기를 모두 단판전으로 변경했으며 이는 정규시즌의 좋은 성적을 거둔 팀에게 홈 어드밴티지를 통해 더 큰 보상을 주기 위함이었다. 또한, 플레이오프 기간을 단축해 중간에 A매치 기간이 끼어 흐름을 끊는 부분도 방지하려고 한다. 홈 어드밴티지 외에도 정규시즌 동/서부 컨퍼런스 최고 성적팀은 시즌 최종 우승팀과 함께 북중미 대륙 클럽 대항전인 CONCACAF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그렇다면 과연 흥행 측면에서 플레이오프가 정규시즌보다 월등한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2019 정규시즌 동안 ESPN, ESPN2가 중계한 31경기의 평균 시청자 수는 246,000명이었다. 그리고 ESPN/ESPN2가 중계한 MLS Cup 결승전을 제외한 플레이오프 5경기의 평균 시청자 수는 정규시즌 수치보다 무려 54% 많은 379,250명이었다. 단편적인 예일 수도 있겠지만 플레이오프가 정규시즌보다 얼마나 더 큰 관심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플레이오프의 매력

미국은 수십 년 동안 NFL, MLB, NBA, NHL 리그를 봐오며 플레이오프에 익숙해졌다. 물론, 장기간의 정규시즌 성적보다 단기간 토너먼트 형식을 통해 우승팀을 가리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으나 다수의 미국 스포츠 팬은 플레이오프에 열광한다. 정규시즌 성적이 아무리 좋은 팀이어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여 최종 우승을 못 하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결과를 못 내는 “그저 그런”팀으로 취급받는다. 다큐멘터리 The Last Dance의 주인공인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이런 말을 한다.

플레이오프는 NBA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에요.
정규 시즌엔 총 82번의 경기가 있지만 그건 다 무시해도 좋아요. 
플레이오프는 플레이오프니까요.

미국이 플레이오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잘 보여주는 인터뷰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선수들의 몸싸움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팬의 함성은 더 커진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는 수많은 스토리를 탄생시킨다. 


2007년 Super Bowl에서 10승 6패의 Giants는 16전 전승의 Patriots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런 예상치 못한 언더독이 우승 후보를 제치고 우승하는 짜릿함. 생각지도 못한 플레이오프 활약으로 인한 영웅의 탄생, 혹은 부진한 플레이오프 성적으로 인한 슈퍼스타의 몰락 등 단기 토너먼트 특성상 예측하기 어려운 이변은 플레이오프의 제일 큰 묘미이다. 

밴쿠버 아이스하키팀의 영웅 Linden은 늑연골 염좌 부상과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에서 1994년 NHL 플레이오프 결승 4~7차전을 치렀다. (출처: Vancouver Sun)

이와 더불어 수년간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경쟁을 통해 탄생하는 라이벌 구도. 그리고 부상을 안고도 팀 우승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의 투혼. 이런 다양한 스토리가 탄생하는 플레이오프에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고 플레이오프가 흥행하는 이유이다.


2019 MLS Cup 결승전에서 시애틀은 69,274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구단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출처: mlssoccer.com)

타 스포츠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설립된 MLS는 이런 사례를 통해 플레이오프가 미국 스포츠 문화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충분히 알고있다. 그리고 단지 미국의 축구 팬이 아닌 전국의 모든 스포츠 팬을 MLS 고객으로 만드는 목표가 있는 MLS가 축구에서 생소한 플레이오프 제도를 도입한 것은 어쩌면 어려운 결정이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배경 이미지 출처: soundersfc.com
자료 출처: MLB 관련, ESPN (정규시즌 관중, 플레이오프 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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