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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오 Jan 30. 2021

미국 스포츠의 '사회 정의 운동'

Social Justice Movement

2020년 스포츠 업계 키워드: '사회 정의 운동'

작년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힘들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는 세상 모든 사람과 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스포츠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로벌 최대 축제인 올림픽이 연기되었으며 다양한 스포츠 대회와 경기 등이 연기, 혹은 취소되었다. 경기가 재개된 후에도 무관중 정책으로 인하여 구단 및 기업은 큰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 한편, 세계적인 회계법인이자 컨설팅사인 딜로이트(Deloitte)는 작년 말 발행한 미국 스포츠 산업 관련 리포트에서 코로나 만큼 업계에 화두가 되었던 주제로 ‘사회 정의 운동’(social justice movement)을 뽑았다:

During 2020, we saw two seismic shifts in sports: the pandemic and, equally as big, the social justice movement. 


미국은 다양한 인종, 문화, 성향을 가진 사람이 모여 사는 나라이고 많은 미국인은 이런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미국의 강점이자 자랑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소수집단을 향한 차별은 다양한 곳에서 여전히 존재한다. 작년 미국 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여럿 있었고 많은 시민이 이에 반발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스포츠 업계도 그 중심에 있었다.


스포츠 선수단의 보이콧 사태

2020년 미국은 3월 브레오나 테일러 사건, 그리고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필두로 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이 재점화됐고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반인종차별 시위가 열렸다. 그리고 스포츠 업계도 이를 적극 지지했다. 선수단의 흑인 비율이 높은 NBA, NFL 외에도 다양한 리그와 구단이 공식 성명을 통해 브레오나 테일러, 조지 플로이드를 향한 애도와 더불어 소수집단 차별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몇몇 NBA 선수는 시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으며,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이 퍼져 다양한 종목의 리그, 구단, 선수가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에 참여했다.

NBA 선수 Jaylen Brown의 BLM 시위 참여 모습 (출처: Jalyen Brown 트위터 계정 @)

그리고 그해 여름, 미국 스포츠 역사에 남을 초유의 보이콧 사태가 일어났다. 인종차별에 의한 과잉진압으로 비치는 또 하나의 사건 영상이 공개되자 며칠 후인 8월 26일, NBA의 밀워키 벅스 선수단이 당일 경기에 뛰기를 거부한 것이다. 밀워키 벅스를 필두로 NBA 선수협회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종차별적 사건을 문제 삼고자 보이콧을 선언하고 당일 예정되어있던 NBA 플레이오프 3경기는 모두 취소됐다. 

보이콧 관련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밀워키 벅스 선수단 (출처: NBC Sports)

이어서 WNBA, MLB, MLS, NHL 선수단 및 구단이 캠페인 참여의 의미로 당일 예정돼있던 모든 경기를 취소했으며 시즌 시작 전이었던 NFL 구단들도 하나 둘 예정된 연습을 취소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당시 미국에 스포츠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기에 보이콧 선언을 했다. 물론, 보이콧 자체가 해당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에 충분했고 이들의 용감한 행동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스포츠, 그리고 사회와 정치

스포츠는 스포츠로만 남기고 사회, 정치적 이슈와는 엮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보장되는 미국에서조차 스포츠 선수가 사회,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발언을 하면 “운동 선수는 운동에나 집중해라"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실제로 2018년, Fox News의 한 앵커는 트럼프 관련 발언을 한 르브론 제임스에게 “닥치고 드리블이나 해 (Shut up and dribble)” 라고 얘기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과연 스포츠, 그리고 스포츠 선수가 완벽히 탈정치적일 수 있는가? 스포츠의 탈정치성을 추구하는 일은 비현실적인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스포츠 경기를 펼치는 이들은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다. 그들도 엄연히 사회의 일원이고 우리와 같은 사회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사회, 정치적 이슈와 관련해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스포츠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문제에서 100% 독립될 수 없으며 이제 이를 인지하고 스포츠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 정치적 문제에 접근하느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스포츠 업계의 영향력, 그리고 SNS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미국 내 스포츠 업계의 영향력은 훨씬 더 크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다양한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며 스포츠를 통해 팀워크, 존중, 노력의 가치 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를 동경하고 그들을 닮고 싶어한다. 이 아이들이 더욱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작년 미국의 스포츠 선수들은 책임감을 갖고 목소리를 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지적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으며 구단과 리그, 스포츠 기업도 이런 태도를 격려하고 노력에 동참했다. 그리고 이제 많은 팬도 그들이 응원하는 선수, 팀이 사회적 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 

스테판 커리는 인스타그램 기능을 활용해 오바마를 인터뷰에 초청했다 (출처: NBC Sports)

선수들이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데에는 SNS 활성화가 한몫했다. 구단, 또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자기 의견을 낼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다양한 SNS 창구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 스테판 커리는 작년 자신의 인스타 계정을 활용해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그리고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앤서니 파우치를 초대해 다양한 사회, 정치 이슈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포츠 스타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SNS 활용의 예라고 볼 수 있다.


더 발전될 사회에서 스포츠의 역할

미국의 스포츠 구단, 기업들은 그동안 꾸준히 사회 공헌 활동을 해왔고 선수들도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뚜렷하게 주장해왔다. 그리고 작년 미국 스포츠 리그, 구단 선수단의 행보를 돌아보면 이들은 앞으로 더 활발히 사회 이슈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스포츠 산업도 수익 창출이 중요하다 보니 스포츠 조직의 사회 운동(social justice movement)이 마케팅, 브랜드 이미지 향상 등에 이용되기도 할 것이다. 다만, 사회에서 스포츠의 본질적인 역할이 변질되면 안된다. 스포츠 선수, 조직은 그들이 사회에 가진 영향력을 잊지 않고 더 철저히 사회, 정치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공부 해야 한다. 이들은 다양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임으로써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다양한 인종, 성별, 배경의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스포츠 선수, 구단, 그리고 기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 그리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사회문제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서 일종의 책임을 다하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차별을 멈춰달라는 스포츠 기업 Nike의 'Don't Do It' 캠페인 (출처: Nike 유튜브)


(배경 사진 출처: N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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