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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독가의 서재 Jun 15. 2023

한글은 너무해!

쓰기 까다로운 자음,모음에 대하여

한글은 기본자음은 14개 기본모음 10개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자음과 자음, 모음과 모음을 합쳐 쌍자음 5개, 이중 모음 11개를 만들어 낸다. 글자를 만들 때는 초성, 중성, 종성이 결합되는데 초성은 자음, 중성은 모음 그리고 종성은 받침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 받침은 총 27자가 사용된다. 


잠깐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한 번 풀어보자. 


자음 14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쌍자음 5개: ㄲ ㄸ ㅃ ㅆ ㅉ
모음 10개: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ㅣ  
이중모음 11개: ㅐ ㅒ ㅔ ㅖ ㅘ ㅚ ㅢ ㅝ ㅟ ㅙ ㅞ
받침 27개: ㄱ ㄲ ㄳ ㄴ ㄵ ㄶ ㄷ ㄹ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ㅁ ㅂ ㅄ ㅅ ㅆ ㅇ ㅈ ㅊ ㅋ ㅌ ㅍ ㅎ


자, 그럼 이렇게 해서 한글로 만들 수 있는 글자는 몇 개나 될까 하는 의문이 문득 들어 찾아보니 총 11,172 자라고 한다. 


딴 길로 갈 뻔했지만 돌아와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한글이라는 글자체가 은근히 쓰기 어려운 까다로운 글씨체라고 말하고 싶어서다. 글씨체에 신경을 쓰고 한 자 한 자 관심을 갖고 쓰다 보면 찰나지만 순간 멈칫하는 느낌을 주는 글자들이 있다. 운전 중 도로에서 과속방지 표시나 턱을 만나면 원래 속도보다 늦추게 되는데 글씨를 쓸 때는 쌍자음과 이중모음 그리고 이중 받침을 써야 할 때가 딱 그렇다. 과속방지턱을 만난 느낌. 


같은 공간이라는 조건에서, 글자 “바”, “빠”, “밝”을 써야 한다. 당연히 한 글자에 획이 늘어날수록 글자는 작아져야 한다. “어”, “에”, “애”,“예”, “웨”가 모든 같은 공간으로 써야 한다면 규칙은 명확하지만 규칙을 이해한다는 것과 실제로 써 본다는 건 꽤나 다른 문제다. 이해는 했지만 전체가 같은 크기를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정한 글씨의 기본은 자음 모음 한 획 한 획을 바르게 쓰는 것에서 시작한다. 글 획이 모여 한 글자, 단어 그리고 문장 전체가 조화를 이뤄나가는 순이다. 그러기 위해 한 글자 한 글자가 유사한 크기로 써져야 한다. 


삐뚤어진 획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 들여 써보는 것이었고 이제는 하나의 단어가 통일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나면 이런 단어들이 보이지 않는 중심선을 지키며 일정한 간격과 위치에서 쓰면서 문장을 이어 나가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글대로만 된다면  단정한 글씨가 완성이 된다. 그런데 이 단정한 글씨체로 가는 여정 중 지금 나의 가장 큰 걸림돌이 쌍자음, 이중모음, 겹받침인 것이다. 초성과 중성으로만 이뤄진 글자들이 이렇게나 고마울 수 있다니, 역시 뭐든 장애물을 만나야 존재 그 자체가 주는 고마움을 깨닫게 되는 건 무슨 이치인지. 


사실 한글이 까다롭다고 하지만 한자만큼은 아니지. 그래도 세로로만 쭉~~ 쓰면 되는 영어계열보다는 조금 까칠한 건 맞지 않나 싶다. 


물론 이 역시 다 핑계다. 매일 써도 내 글씨체에 만족스러움을 느끼지 못해 이렇게 이유를 찾아 헤맨다. 왜 내 글씨체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할까? 결국 비교가 문제다. 그리고 기준이 문제다. 아름다움, 정갈함, 단정한 느낌이라는 그 기준. 아.... 멀리 가지 말자. 다양성이 어쩌고 개성이 어쩌고 하며 이야기를 붙이지 말자. 그냥 나는 나의 글씨체가 여전히 불만스럽다. 스스로에게 갖는 불만을 계속 에둘러 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마도 내 필체를 보며 불만을 갖지 않는 날이 온다면 비로소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였다는 증표일 것이다. 글씨를 바르게 쓰기 위한 노력은 결국 나를 바르게 대면하기 위한 노력이다. 쌍자음, 쌍모음, 이중받침이 무슨 대수랴, 이중, 삼중으로 꽁꽁 둘러 맨 내 마음은 외면하면서 말이다.      





** 표지 배경 출처: https://www.muf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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