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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독가의 서재 Jul 13. 2023

 왜 떠나고 싶은가, 나의 여행에 대한 고찰

4년 만의 여행, 태국 방콕을 다녀와서 

4년 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퇴사 전에는 일로 해외를 나갈 기회가 많기도 했고 개인적인 여행도 자주 다닌 편이었다. 일과 개인적인 이유가 겹치는 달은 한 달에 3회 이상 해외를 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해외를 나가는 일이 자연스러웠던 내가 퇴사와 동시에 코로나라는 강력한 무기 덕에  해외여행 역시 발이 묶여 버렸다.      


4년 만에 떠난 곳은 태국 방콕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전과 달리 공들여 일정을 계획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미 방콕을 한번 살다 온 기분에 현지에 갔을 때는 내가 알던 정보들이 일치하는지 혹은 타인의 텍스트화된 경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이어졌다. 왕궁을 둘러보고 현지 날씨를 느끼고 방콕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현대화된 건물과 달리 곳곳에 있는 사원, 그리고 현지인들이 그 사원에 온 마음 다해 기도를 하는 상반된 모습은 아무리 글로 영상으로 봐도 직접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흥이 있었다. 그렇기에 알면서도 여행을 하는 것이겠지 하며 경험의 개인화를 이유로 여행의 이유를 발견하곤 했다. 


20~30대 에는 어떤 이유든 해외를 다녀오면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또 가고 싶다’는 열망에 붙잡혔다.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이런 마음이 없어졌다. 마치 여한 없이 할 거 다 하고 가는 사람처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상한 찜찜함이 남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런 마음을 외면했다. 여행이 아니라 출장으로 갔으니 혹은 돌아온 뒤 여전히 내가 해결해야 할 일들을 다시 마주쳐야 하는 현실 때문이라고 그렇게 흘려보냈다. 


희한하게도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변화된 나의 상황과 달리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방콕의 매력의 흠뻑 빠졌고 즐거웠지만 또 와야지 하는 아쉬움이나 또 여행을 가고 싶다는 그때의 열정은 여전히 살아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 나는 ‘왜 나는 떠나고 싶은 건가’라는 질문에 답을 이제는 찾아야 할 때라는 걸 깨닫고 돌아왔다. 여행이, 떠남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였던가 하고 말이다. 스스로 정의 내리지 못한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밖에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20대 나에게 가장 용기와 도전이 필요했던 시기마다 한 차례의 떠남, 혹은 여행이 있었다. 항공정비사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고향을 떠나 상경했고, 입사 후에는 짧겠지만 혼자 여행했고 해외를 갈 수 없을 때에는 국내를 누비고 다니며 혼자 사는 독립적인 삶을 키워나가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이지만 성장했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여행은 내게 성장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 달라진 것이다. 아마도 불편함과 찜찜함은 성장이 아닌 도피처로 바뀌어 갔고 나의 멈춤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을 것이다. 해외출장은 잦아졌지만 일과 육아에 묻혀 현실을 핑계 삼아 공부를 게을리했던 나를 출장지에서 어김없이 대면하곤 했다. 돌아가서는 꼭 영어회화 학원을 다녀야지 하며 결심에만 머무르다 또 다음에 돌아온  출장지에서는 핑계로 멈춰있는 나를 또 만나고 또 만나고 했으니 말이다. 


여행 또한 그러했다. 가족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쉼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온다. 여행을 주로 다녔던 시기를 보면 불만이 흘러넘치기 직전이다. 서로 일하랴 쌍둥이 육아와 가사 분담으로 집에 오면 대화할 힘도 없던 부부였기에 싸울 힘도 없던 시기 그러다 넘칠 때쯤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여행으로 풀고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풀고 온 것이 아니라 잠시 그 시간을 멈추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문제해결방식이 아니라 잠시 떠나는 것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떠남을 했던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여행지를 다녀와도 뒤에 남는 허탈감과 불편함은 해결되지 못한 것이리라.


돌아보니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며 뒤늦은 나의 떠남, 여행들에 대해 정리해 본다. 여행은 이유는 설렘, 재미, 도전, 모험, 행복, 일상을 버티는 힘 등 다양한 이유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또 그냥이라고, 그 산이 거기 있어 정복하듯  여러 나라가 있어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근 인기를 몰고 있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보노라면 연신 그래 이런 게 여행이지 하며 외치게 된다. 20대 꿈꾸던 자유배낭여행의 로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못할 여행이기에 기안 84의 용기와 모험에 감탄하며 나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또 한 번 깨닫게 되어 이 프로그램을 애정하기도 한다. 가지 않아도 다른 나라를 소개하는 숱한 해외여행 프로그램 중 이 프로만이 갖는 차별이고 또 여행을 가지 않고도 나를 대면하게 하는 힘이 있어서이다. 



그럼 앞으로 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까? 역으로 나는 여행을 가지 않고도 만족하는 삶을 추구할 수는 없을까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내 안의 여행을 끝내고 비로소  쉼 이거나 쉼을 통한 성장을 꿈꾸는 여행. 아마도 앞으로 여행을 간다면, 다시 혼자 떠나는 여행을 준비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스스로의 성장과 독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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