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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pr 22. 2024

과. 알. 못 엄마라 미안합니다~

3호 아들 이야기

"엄마, 다이슨 스피어가 뭔지 알아요?"

"응? 다이슨? 우리 집 청소기가 다이슨인데?"

"아... 엄마. 그게 아니라 다이슨 스피어."


다이슨 하면 청소기 아니냐 했더니 초등학교 5학년인 3호 아들이 나를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한때 천문학자가 꿈이었던 3호 아들은

(지금은 프로그래머로 바뀜) 우주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많다.  

아들이 말한 다이슨 스피어가 대체 뭔지 궁금해서 검색창을 찾아보았다.


다이슨 스피어 : 어떤 항성을 완전히 둘러싸서

그 항성이 내보내는 에너지 대부분을 받아 쓸 수 있는 가설상의 거대구조이다. 그 개념은 소설가 올라프 스태플든의 1973년 소설  <스타메이커>

에서 처음 발견되고, 이후 1960년 프리먼

다이슨이 논문 <인공적 항성 적외선 복사원을 찾아서>를 통해 대중화시켰다.


"엥? 그래서 이게 뭔데? 가설상의 거대 구조물

이면 현재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거잖아.

이걸 만든다는 거야 뭐야?"

"아니요. 다이슨 스피어는 지금의 과학 기술로는 만들 수 없대요."

"그래? 근데 이게  중요한 거야?"

"중요하죠. 미래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으니 과학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언젠가 만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엄마가 어려워하실 줄 알고 내가 적어 봤어요.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3호 아들은 노트를 찢어서 깨알같이 써 내려간 중요한 종이를 내게 던져주었다.

엄마를 위한 족집게 과외를 하는  3호 아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독서 동아리에서도 4월 과학의 달을 맞이해서 선정한 책이 과학책이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도 좋은 글을 많이 올려주고 계신 배대웅 작가님의 <최소한의 과학공부>가

4월의 책이었다. 회원들이 추천한 여러 가지 과학책들 중 투표를 통해 이 책이 선정되었다.

아마도  문과생이었던 작가님이 문과생도 알기 쉽게 쓴 책이라는 것에 표를 던진 것인데...

'아, 나는 최소한의 과학공부도 어려워하는 진정한 과. 알. 못이로구나'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에 좌절도 맛보았고

(배대웅 작가님께 죄송)

물론 정말 쉽고 재미있게 읽혔던 부분도 있었다.

함께  독서동아리 회원들도 마치 한 편의 세계사를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결코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을 거란 말도 함께~


나는 3호 아들의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3년째 하고 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사서 선생님을 도와

대출, 반납 업무도 하고 서가 정리도 한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다다다다 하는 소리와 함께 도서관으로 전력 질주하는 귀여운

초등학생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 도서관 봉사를 갔더니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도서관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고 사서 선생님께 활동지를 써서 내는 것인데 참가만 해도 선물을 받을 수 있고 가장 잘 쓴 활동지로 뽑히면

선물을 더 받을 수 있단다.

과학의 달 이벤트 결과는 놀라웠다.

평소 대출량이 저조한(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400번대 책들이 불티나게 대출이 되고 있었다. 서가의 400번대는 과학과 관련된 책들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벤트의 힘이겠지만 그 덕분에 귀여운 초등학생들이 만화책이 아닌 과학책을 열심히 읽고 있으니 괜히 내가 더  뿌듯했다.


역시 독서는 강제 독서지.

독서 동아리 회원들이 과학책을 읽으면서

한 말이 맞는 가보다.

강제 독서였지만 그래도 책을 읽은 보람은 있다.

3호 아들과 우주 이야기를 할 때 책에서 읽은

부분을 아는 척하면서 어느 정도 대화가 된 것이다. 이걸 뿌듯해하는 게 창피하지만

어쩌겠는가.

과. 알. 못 엄마인 것을~~

그래도 지식이 한 층 더 쌓인 것 같은 이 뿌듯함

때문에 오늘도 과학책을 손에 잡아본다.

다음 타깃은 너다.

가, 가능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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