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을 찾아 떠나는 여정
나는 다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영감 받는 것을 좋아한다.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인의 집과 패션, 취미, 생활 방식을 보고 닮고 싶다는 느낌이 들 때,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쌓아 올려서 그것에 기반한 생활과 취향을 가꾸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예를 들어서 <온앤오프> 심은우 배우님 편을 보고선 요가를 시작했고 <여름방학>을 보고 나서는 쉬는 날 한 끼라도 건강하게 해 먹고자 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 그러하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의 소유자이거나, 내 취향과 가치관에 잔잔하게 영향을 주는 이들이다. 나는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동기 부여를 받으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을 따라 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게, '닮고 싶다'가 꼭 '따라 한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닮고 싶다'는 마음은 내 취향의 결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그것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더 귀 기울이고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 바깥으로부터 비롯된 영감과 기호는 점점 내 안으로 향하여 나의 옷 입는 취향이나 휴일의 루틴, 좋아하는 책과 음악, 생활 방식 등에서 점점 더 스스로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들로 가다듬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내 취향을 생각해보자면 한 두 단어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어떤 결이 있는 듯하다. 소설보다 에세이와 인문 서적을 좋아하며 샤프보다 연필을 좋아하고 딱 맞는 옷보다는 넉넉하게 감싸는 핏을 좋아한다. 가죽 소품과 패브릭류가 좋고 원목의 따뜻한 느낌이 좋다. 너무 쨍한 색감은 선호하지 않지만 적당한 채도의 알록달록함은 좋아한다.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프랑스 시골 작은집에 사는 할머니 같다고 한 적이 있고, 어떤 사람은 벽난로 앞에 앉아 뜨개질하기를 좋아하는 할머니 같다고도 했다(그러고 보니 대체로 할머니..?).
지금의 이러한 내 취향에는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 작가, 예술가, 지인 등을 통해 가랑비에 옷 젖듯 영향받아온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타인의 취향을 통해 몰랐던 내 기호에 눈뜨게 된 적도 있고, 어설피 따라 했다가 '역시 나는 이런 것이 안 맞는군.' 하며 가지치기를 하기도 했다. 지금껏 나의 취향이 변화해 온 것처럼 세월이 지나면 지금의 취향 또한 변화하기도 하겠지만, 그 다가올 변화 또한 가랑비에 옷 젖듯 누군가로부터 영향받는 부분이 있을 것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영향은 물건에 대한 선호를 넘어 소비 패턴, 삶의 방식과 태도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무해한 삶을 시작하는 너에게>라는 책을 읽은 후부터 친환경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에 외출할 때 항상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또한 SNS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던 배우 류준열님의 환경에 관한 경각심 담긴 메시지는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그린피스 정기 후원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히 라이프스타일이 내 취향이어서 팔로우했던 사람들의 삶과 일에 대한 애정은 나의 시간 활용과 일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게 했다. 안팎으로 영향을 받아 다듬어지는 나의 취향은 어느덧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넘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을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보듬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무언가를 보고 마음이 끌리거든 그것은 취향을 찾아 떠나는 흥미로운 여정의 믿을만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 닮고 싶은 유명인이 있다면 그 마음을 이정표 삼아 거침없이 발을 내디뎌봄직하다. 설령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또한 이 여정을 도탑게 이루는 양분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