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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Mar 20. 2024

나를 되찾을 때 비로소 고통이 잦아든다

이별이 괴로운 이유

이별이 괴로운 이유는
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시간을, 모든 것을,
나 자신을 쏟아부었기에
아무것도 내 안에 남아있지 않다
공허만이 감돈다

갓 돌이 지난 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린이집에 적응 중입니다. 아내의 육아휴직이 곧 종료되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거든요.


적응기간이다 보니 아이를 오랜 시간 맡기지는 않습니다. 2주 전까지는 어린이집 꽃들반 앞에 아내와 제가 앉아있었습니다. 이제는 점심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래도 아이에게는 괴로운 일인가 봅니다. 오늘도 엄마 아빠와 헤어지면서 대성통곡을 했거든요. 아이를 찾으러 가면 아이는 밝은 웃음으로 저희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이내 토라진 표정을 해요.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요. 아이의 마음을 쓸어내리기를 30분, 그제야 마음을 풉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부모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에게는 아주 잠깐의 이별이지만 12개월 아이에게는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괴로움일 테죠. 엄마와 아빠는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내 시야에서 나의 전 존재가 사라지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있을까요?


모든 이별은 마찬가지 과정을 겪습니다. 연인관계든, 부부관계든, 부모자식관계든 아니면 친구관계든 어떤 관계에 있어서든지 깊어진 관계에서 오는 이별은 고통스럽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 나 자신이 사라져 버리는 경험 때문이겠죠. 내 전 존재를 잃어버린 것 같을테니까요. 마치 저희 아이가 대성통곡을 한 것처럼요.


그래서 이별의 고통을 다스리는 법은 종국에 한 가지입니다. 나 자신을 되찾는 것. 잃어버린 것 같았던 자신을 되찾았을 때만이 이별의 고통이 사그라듭니다. 그 과정 역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재발견한다면 분명 괴로움은 잦아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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