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찬미 Feb 09. 2023

낙원이었나? 하와이는 <1편>

떠나는 건 즐겁지만, 준비는 피곤해


  ‘니가 가라, 하와이’ 언제부터인지 이런 말이 익숙하게 내 귀에 들려왔고 내 귀에서 맴돌았다. 푸른 야자수 밑에서,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하는 이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타고 서핑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와이키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일이다. 퇴직을 앞두고 막연하게 하와이 여행을 꿈꾸었다. 퇴직하면 제일 먼저 하와이를 갈 결심을 하고, 하와이에 관한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딸이 국제선 승무원이라 효도 티켓을 쓰면 거의 비행 경비를 내지 않는다. 게다가 시기를 잘 고르면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에서 긴 시간을 편하게 갈 수 있다. 신나는 여행을 꿈꾸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그런데 퇴직하기 전부터 생각지 못한 코로나가 왔다.  코로나로 3년간 하늘길이 막혔다. 하와이로의 꿈을 접었고, 퇴직하면서 골프로 눈을 돌려 매일 골프 연습하면서 언젠간 갈 수 있겠지 하며 시간을 기다렸다. 아! 드디어 코로나로 봉쇄되었던 하늘길이 열렸다. 전자여권도 새로 만들었겠다. 뭘 망설이겠는가?


  그런데 망설이기 시작했다. 웬만한 호텔을 검색해보니, 달러 강세로 숙박비가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잘못 보았는지 다시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을 몇 번이고 해 보았다. 설 전에 딸과 도쿄를 다녀와 과대한 쇼핑으로 가계부에 구멍이 났는데, 또 막대한 경비를 써야 할지 망설여졌다. 남편은 얼마 전 병원에서 심장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더 아프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마침 친구들과의 유럽 여행이 무산되어서 그 경비를 받게 되었다. 육백만 원이라는 거금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거다. 딸도 하와이 비행이 잡혀서 그 비행기로 함께 가게 되면 며칠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자! 하와이!  

   

  ESTA라는 비자를 신청해야 했다. 사기를 치는 곳이 많으니 꼭 정식 사이트를 확인하라 해서 사이트를 확인, 신청하고 인당 21불을 내고 승인을 받았다. 백신도 3차까지 받은 영문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PCR 증명서를 사전에 내야 한다. 우린 4차까지 맞았으니 문제가 없다. 해외여행자 보험도 표준으로 해서 4만 원 정도를 두 사람이 한꺼번에 들었다. 6박 8일 정도로 3일은 알라모아나 호텔로, 3일은 와이키키의 하얏트리젠시로 예약했다. 알라모아나 호텔은 딸이 승무원이라고 10% 숙박비를 감해주었다. 그런데 딸이 우리가 귀국하는 날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다음 날은 여유가 있다고 해서 다시 하얏트를 하루 더 연장해서 예약하고, 해외 여행자 보험도 취소 후 새로 가입했다.    

  

  맹숭맹숭 바다만 쳐다볼 순 없겠다 싶어 현지 투어를 골랐다. 우선 제일 하고 싶은 ‘거북이 보는 스노클링’을 결재했다. (마이리얼트립에서 한인 고객 상대, 한인 가이드 진행, 인당 130불, 호텔 픽업). 도착하고 다음 날이기에 딸 포함 세 명을 신청했다. 딸은 그날 체험 후 다음 날로 바로 비행해서 한국으로 간다. 그런데 딸이 중대 발표를 했다. 딸이 다음날 비행 근무를 마치고 일반인 신분으로 그 비행기로 다시 하와이로 와서 우리와 함께 합류하겠다는 거다. 4박을 비행기에서 보내는 셈이다. 이틀을 함께 자고, 자신의 생일은 남편과 지내야겠기에 한국으로 돌아가겠단다. 두 노인에게 효도할 기회를 베풀겠다는 게 이유다. 효도를 어떻게 할지는 지켜보면 알겠지만. 딸이 추천한 쿠알로아 랜치 무비 사이트 투어와 셔틀 세 사람 것을 신청했다. 랜치 체험에 인당 50불, 셔틀 비용 32불을 입금했다. 쿠알로아 랜치를 직접 운전하는 액티비티도 있지만, 편안한 쪽을 선택했다.     


  다시 하와이를 공부하려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신호등은 보행자가 조작해야 한다, 건널목에서 휴대전화를 보면 벌금을 내야 한다, 해변 음주는 금지다, 거북이나 물개 등 고유종은 2m 이상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 등등. 그런데 제일 염려되는 부분이 팁 문화였다. 도대체 팁을 어떻게 줘야 하나? 부딪히면 뭔가 해결이 되겠지 싶다. 번거로우니 팁을 주지 않는 식당을 쭈욱 적어보았다 마루카메 우동, 와이키키 새우트럭, 테디스 버거 등. 알라모아나 호텔서 숙박할 때는 옆에 푸드코트가 있으니 조식을 예약하지 말라고 해서, 그 근처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았다. 호텔 2층으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와 연결이 된다고 하니 동선이 좋다. 근처의 식당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한인이 운영하는 택시 전화번호도 입력하고, 3시간 시내 투어 할 수 있는 택시, 그리고 공항서 호텔까지 픽업하는 한인 택시를 예약했다. 환전은 미리 동네 은행에서 했는데, 예전에 여행하고 남은 달러가 좀 있어서 많이 환전하지는 않았다. 필요하면 비자카드를 쓰면 된다.    

 

  딸이 근사한 곳에 저녁 식사를 예약했다고, 원피스와 구두를 준비하라고 해서, 트렁크에 챙겼다. 지난번 도쿄 샤넬 레스토랑에서 둘이 50만 원 정도의 저녁 식사비를 딸이 냈는데, 또 무슨 예약? 효도가 너무 지나친 건 아냐? 짐이 더 많아지겠는걸? 구시렁대면서 무슨 신발을 신고 공항을 가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운동화와 아쿠아슈즈, 수영복, 돼지코, 가디건, 반바지, 속옷 등을 챙기니 트렁크 하나가 모자란다. 중간 정도의 트렁크를 꺼내 내 옷을 챙겼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저녁 비행기라고 남편은 자신의 옷이나 소지품을 하나도 챙기지 않는다. 뭐라고 참견하면 나만 스트레스받으니,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래도 쓰레기 분리수거도 하고, 냉장고 음식 정리는 미리 하는 눈치다. 그런데 어디서 꺼냈는지 남편이 반팔 티와 반바지 몇 개를 쉽게도 찾아냈다. 문단속하고, 20층 아파크 꼭대기 구석 집이라 수돗물도 얼지 몰라 조금 틀어 놓았다. 남편이 양복을 입고 가겠다고 하니, 둘이 격식을 맞추고 로퍼를 신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공항으로 출발!

작가의 이전글 소피와 화장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