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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름 Aug 03. 2019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것.

"밤새 당신의 뒤척임을 느끼겠어요."


요즘 우리 부부는 다시 한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자기 시작했다. 둘째 출산을 앞두고 내가 안고 자는 첫째에 대한 밤중 육아 부담 남편과 어느 정도 공유해야 한다는 판단이기도 했고, 살을 대고 자지 않은 것이 지난 3년간 우리를 멀어지게 했다는 생각도 있었다.


임신 막달에 들어서면서 나에겐 새벽 2시쯤 깨서 5시까지 잠 못 드는 날들이 많아졌고 내가 계속 뒤척이며 한 이불을 덮는 남편을 방해하게 됐다. 깨워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한참 뒤척일 때 남편이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보면 나 때문에 잠을 깨는 날들이 생긴 것 같다.


결혼 전,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은 마냥 로맨틱하게만 보였다. 연애시절,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순간, 나는 섹스로 절정에 도달했을 때보다 더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


5년간 결혼생활 후 나는 부부가 한 이불을 덮는 것은 적잖은 도전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한 이불을 덮고 자는 행위를 넘어 결혼생활을 적극적으로 유지시켜 나가는 의지와 힘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됐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는 배우자의 뒤척임을 느낀다. 뒤척임은 단순히 습관에 따른 것일 때도 있지만 때때로 배우자가 느끼는 불편함이기도 하고 아픔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부부가 같은 이불을 덮어야 하는 것은 얌전히 잠을 자는 배우자가 상대방의 뒤척임을 느끼도록 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한 이불 속에서 상대방의 뒤척임을 느끼며 상대를 더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침대

6년의 연애 후, 나를 다 안다고 생각한 남편은, 그리고 내가 다 안 다고 생각한 남편은 결혼 생활 4년 동안 내가 정말 모르는 사람이었고 나를 정말 모르는 사람이었다. 한 이불을 덮지 않는 동안 우리는 각자의 이불을 덮고 혼자 뒤척였으며 그것을 함께 하지 않는 상대방을 몹시도 미워했다.


관계가 회복된 후 한 이불을 덮는 남편은 밤새 내 뒤척임을 느낄 것이다. 아이를 안고 자다가 손이 저려 아파하는 소리도 들을 것이고 아이가 울어 같이 깨 한동안 스마트폰을 붙잡고 잠 못 드는 것도 눈치챌 것이다. 나 역시 내가 못 한 집안일을 마무리 짓다가 나보다 훨씬 늦게 잠자리에 드는 남편이 내가 덮고 있는 이불 속에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하루를 마무리한 후 수고한 남편을 알게 되고 남편은 내가 밤에도 임신과 육아로 완전히 잠들 수 없음을 안다. 


우리가 한 이불을 덮기 때문에 혼자 잘 때에 비해 누군가로부터 방해를 받으며 때때로 잠에서 깨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것처럼, 결혼은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에 기반해야 하는 결정인지도 모르겠다. 결혼이라는 한 이불 속에서 우리는 삶의 불편함을 공유하고 느끼고 위로하며 의지해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감수할 때 완전한 타인이 법적 구속력을 넘어 내 가족이 되는 완벽한 결혼 생활이 열린다. 그렇다. 이 정도면 정말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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