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

-타임머신은 없지만, 유튜브가 있으니까

by 피터팬의 숲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타임머신은 영화나 소설에서만 등장했을 뿐이지, 아직 현대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흉내도 내지 못할 장치다. 물리학이나 여러 가지 양자 이론과 같은 이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빛의 속도를 따라잡을 만한 물질이나 기구가 발명되지 않는 이상 '타임머신'은 우리들 상상 속에 영원히 머물러야 할지 모른다.


그래도 음악을 들으면, 물리적인 형태의 과거로의 이동은 불가능하지만, 과거로의 '생각' 여행은 가능하다. 군대 시절 내무반에서 잠들기 전에 들었던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들으면 그 당시 2박 3일 외박 만을 기다리며 군 생활을 해내던 내 까까머리가 떠오른다. 이승철의 '서쪽 하늘'을 들으면 입사 초기부터 함께 했던 직장인 선배의, 잘 부르지는 못했지만 흥얼거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음악을 들으면 묘하게도 생각과 추억의 상자가 열린다. 음악과 함께 했던 향기, 시선, 언어유희까지도 몇 년의 시간을 거슬러 떠오른다. 30대 후반인 지금, 내가 자주 듣는 음악은 최근 아이돌 가수들이 부르는 댄스음악도, 유행처럼 5살 아이도 따라 부르는 트로트도 아니다. 10대와 20대의 꿈과 희망을 뿜어내던 가슴과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던 눈빛, 방향을 잡지 못한 책임감으로 충만해했던 그 시절에, 가사를 한 단어씩 음미하며 내 상황에 대입해 보던 내 모습을 기억하듯이,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음악들을 나는 즐겨 듣는다.


지나온 시간 속에 묻혀 있던 생각과, 사념의 동산에서 꺼내 듣는 추억이라는 이름의 사진은 작은 행복이다. 행복은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던가? 음악을 들으면 걱정을 잠시 잊을 수 있고, 과거의 좋았던 기억들을 소환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나는 과거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환희로 가득했던 그때가. 지금은 그때보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많아졌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도 꽤 많은 것 같다.


음악이 현재의 상실감을 상쇄시키고, 과거의 영광에서 빛을 꺼내어, 내 어두운 그림자를 비추어 낸다. 오래전 음악을 듣는 데는 요즘 유튜브 만한 매체가 없다. 광고를 중간중간 클릭해줘야 하지만, 나는 클릭 몇 번의 대가로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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