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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의 숲 Aug 26. 2023

좌충우돌, 신혼집 구하기(3)

1억 2천만 원 전세가격을 보증부 월세로 환산한 가격이 1억에 1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저와 아내는 그 집을 계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달에 10만 원이라면 월급에서 고정적으로 지출되더라도 부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세 보증금에서 2천만 원이나 줄어드는 것이 오히려 좋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이라면 2천만 원이라는 금액에 대한 금리를 따져보면서 이것이 이득인지 판단했겠지요. 


한편, 계약하기로 겨우 마음을 다잡았는데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신문기사를 보면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망했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세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아내와 고민해 봤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요즘 가입이 필수인 전세보증보험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였죠. 그런데 길을 걷다가 우연히 00 은행에서 판매 중이라는 '전세보증금 안심대출'이라는 대출 광고가 보였습니다. 


은행에서 전세보증금을 대출해 주면서, 집주인에게 동의를 받는 조건으로 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었는데, 집주인이 채권양도 통지 안내문 같은 걸 받아야 하는 내용이라 사실 성립하기 어려운 상품이었죠. 그래도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 부동산 소장님에게 물어보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부동산에 전화를 했더니, 부동산 소장님은 "응, 그래요. 그거 내가 해줄게. 안심대출이라고 했죠, 집주인에게 이야기해 줄 테니 나 믿고 계약해요"라고 답변을 해줬습니다. 그 시점에는 부동산 소장님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계약 날짜를 잡아 도장을 가지고 드디어 제 생애 첫 '보증부 월세' 계약을 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소장님의 다른 소리를 합니다. "아이고, 요즘 안심대출인지 뭔지, 그거 해주는 집주인들 없어요. 뭐 걱정되는 게 있어요? 여기 평촌신도시야,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보증금 정도는 건질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도장 찍어요, 찍어~"라고 하는 게 아닙니까.


저는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시는 전세 매물 자체도 희귀했으므로, 또 이런 조건의 매물을 만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소장님의 계략(?)에 넘어간 저희 부부는 이렇게 계약하게 됩니다.


안양 평촌의 한 오래된 17평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준비를 막 마친 것이죠. 나중에 다시 이야기를 풀게 되겠지만 저희는 이 집에서 무려 5년을 넘게 살게 됩니다. 첫 청약에 당첨되기 전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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