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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의 숲 Jan 19. 2024

"겨우 갚았는데, 또 전세금을 대출받아야 한다고?"

두근거리는 임대인과의 첫 전세 재계약

2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2014년 4월, 보증부 월세로 초보 신혼부부인 우리들에게 집을 빌려주었던 집주인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2년 동안 단 한 번도 전화 통화할 일이 없었는데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 집이 아니라 남의 집을 빌려 쓰고 있다는 현실을 체감하게 해 준 찰나였습니다.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임대인과 통화를 했습니다. 첫 경험이라 손에 땀이 찰 정도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임대인입니다. 벌써 1월이고 곧 만기인데,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네, 안녕하세요. 2년만 더 연장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시세대로 받겠습니다. 현재 1억에 10만 원 반전세인데, 제가 사정이 있어서 이제부터는 전세로만 돌릴 예정이라서요. 1억 7천만 원 예정입니다.”

“네? 제가 계속 살고 있는 실거주자인데요, 혹시 조금 더 저렴하게는 어려울까요?”


“어렵습니다. 생각해 보시고 다음 주 주말까지 다시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40초 정도의 짧은 통화였지만 통화가 끝난 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뜰하게 돈을 모아 겨우 전세자금대출을 거의 다 갚았는데, 2년 전에 받은 만큼의 대출을 또다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맞는 건지, 계속 스스로에게 되물었습니다.


아내에게도 이 사실을 빨리 전했습니다. 아내는 담담하게 “어쩔 수 없겠다”라고 말하며 조금 더 저렴한 주변의 다른 집들을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아내는 퇴근하고는 부동산 앱에 들어가 시세 정보를 알아보고 주말에 가볼 부동산 리스트를 업데이트해뒀습니다.


뭔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 같아, 피곤한대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이 되자 부리나케 일과를 시작했어요. 저희 부부의 물망에 오른 부동산은 산본 초역세권의 같은 17평 아파트 단지 2곳과 산본역과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저렴한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그리고 빌라도 보기로 했는데 빌라는 신축 빌라로 의왕시 청계동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산본의 아파트를 본 이유는 안양 평촌에 비해 산본이 시세가 저렴하기 때문이었어요. 지금은 산본이 평촌의 하급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때에는 그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세가가 싼 이유를 생각하기보다는 싸기 때문에 ‘그저’ 찾아갔을 뿐이었지요. 의왕시 청계동은 상대적으로 안양과 산본에 비해 신축 단지가 집약되어 있어서 아파트는 접근이 불가능했고, 주변 상가 건물이나 빌라는 가능했습니다. 빌라는 선호하는 거주지는 아니지만 신축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신축 빌라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모르던 시기였습니다.


오전부터 오후 내내 발품을 팔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습니다. 2년 넘게 살았던 평촌에 그새 정이 들었던 이유도 있었고 아파트의 구조도 지금 사는 집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산본의 아파트들은 ‘냉장고’가 들어갈 공간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1기 신도시에 지어진 대부분의 17평 아파트들은 거실 겸 방이 1개, 작은방이 1개로 주방에 양문형 냉장고가 들어갈 공간이 없습니다. 그 공간이 나오지 않으면 냉장고를 작은방에 둬야 해서 사용 가능한 공간이 확 줄어들죠.


그런데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는 주방이 다른 아파트들보다 살짝 길었습니다. 그래서 양문형 냉장고도 놓고 쓸 수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저희 부부는 ‘냉장고’ 때문에 다시 한번 임대인과 재계약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불필요한 이사비 지출을 막아보자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임차인입니다.”

“네, 고민해 보셨나요?”


“네 재계약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부동산 통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일주일 전 임대인과의 첫 통화보다 마음이 편했던 통화였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는 ‘생애 첫 전세 재계약’을 하게 됩니다. 초보 부부이니 뭐든지 다 새로운 경험이었죠. 그런데 그때 저희 부부는 부동산을 끼지 않고 재계약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부동산 중개소에 지불하는 복비가 아까웠다고나 할까요?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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