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지금도 틀리지 않았다.
첫 글은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제 소개글로 쓰고 싶었습니다.
'삶은 축제다!'
살아있는 동안은 지금과 현재에 집중해서 살고 싶은 '희노가’입니다. 희노가는 제 이름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자 '희(喜)'를 따서 '희(喜)노の가(歌)', 희의 노래, 기쁨의 노래라는 의미와 함께 '喜怒歌', 삶의 기쁨과 분노와 같은 감정을 노래한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캐나다에 있는 런던시티에 아이와 함께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긴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이 시간들이 인생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지요. 그 스쳐가는 바람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담아 두기 위해 매일같이 쓰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오래도록 이사 한 번 경험하지 않고 한 동네에서 쭉 살았습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냈지만, 발랄했던 학창 시절을 보내고 그저 일본에 대한 호기심으로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습니다. 짧은 회사생활을 경험한 뒤에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으로 건너 가 잠시 살았고, 돌아와서는 한국의 코스메틱 회사에서 일본담당으로 몇 년간 신나게 일했습니다.
스무 살 때의 목표가 막연하게 '노트북을 들고,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외국어 잘하는 커리어 우먼'이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오지만, 그땐 어느 정도 목표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여러 가지 인생의 타이밍과 계기로 인해 오랜 시간 함께 할 '남자와 요가'를 만났습니다. 당시 급할 것도 별로 없었는데 1년 만에 '결혼'을 했고 우당탕탕한 조정기간을 거쳐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 만으로 10살이 된 아들입니다.
요가는 '직업'으로 연결되어 요가선생으로 긴 시간 활동하다가, 코로나 시기에 요가원을 열었고 약 3년을 운영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균형을 잡으며 지낼 수 있었던 요가원 덕분에 요가선생으로서 안정감을 느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인생에 몇 번은 큰 파도가 오듯 *병*이라는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결코 죽을병은 아니었지만 저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병'이었고,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었던 요가원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 꼬박 1년 동안 많이 아팠습니다.
가족들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종종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책을 읽다가 작가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크게 아프거나 다치고 나면 어떤 단절이 생기고, 덕분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된다. 과거와 단절함으로써 새롭게 시작할 가능성을 열어 주기도 한다. 하나의 질병은 수많은 단절이고, 당신은 스스로 향하고 있던 어떤 이야기의 줄거리, 혹은 그 의미에 다시 가서 붙어야만 한다. 모든 질병은 서사이기도 하다. “
이 문장은 마치 제 안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던 대답과도 같았습니다. 작가의 말대로 ‘그레이브스’ 병은 제 삶에 많은 단절을 가져왔고, 또 새로운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었습니다. 평소 ‘개인의 서사’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그때 비로소 저만의 서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회복이 될 무렵, 같이 사는 남자의 권유로 아이와 함께 캐나다 런던에 오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한국의 계절을 뒤로하고, 아이와 단둘이 몇 달을 살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호르몬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만 몸과 마음은 변화와 진전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습니다. ‘나’로 살아갈 때와 ‘엄마’로 살아갈 때가 공존하기 위해 ‘지금’이라는 시간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마음은 여전히 자꾸, 이곳을 벗어납니다.
날씨가 아름답고 공기가 상쾌한 날,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도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아득해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더 또렷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가 그동안 제게 치유였고, 마음 다듬기였으며, 도움의 손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계속해서 이어가다 보면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따뜻한 문장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브런치'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서는 '삶은 축제다'를 모토로, 지금 제가 겪고 있는 ‘계절‘ 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대체 언제 끝날까 싶었던 계절을 지나왔고, 캐나다에서는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혹독한 계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폭풍처럼 밀려오는 쓰나미 같은 여정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여전히 다른 이의 친절과 사랑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혼자인 것을 즐기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때로는 모순된 여러 계절의 여정을 브런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희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