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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Feb 01. 2021

[도서] 스포티파이 플레이 (Spotify Play)

스포티파이의 핵심 기능과 성공의 바탕


19년 하반기부터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포티파이의 진출 소식을 꽤나 관심 있게 지켜봤을 것이다. 나는 음악산업에 몸 담고 있다 보니 이 소식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출시가 조금씩 미뤄지더니 올 상반기에 출시할 거라는 기사와 함께 스포티파이의 성장기를 담은 책 '스포티파이 플레이(SPOTIFY PLAY)'가 출시되었다.


사실 스포티파이하면 스웨덴 기업이고, 음악 큐레이션이 기가 막힌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터라 궁금증에 바로 책을 구매했다. 얼마 전 읽었던 넷플릭스 책(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을 떠올리며 어떻게 이 기업이 성장하게 되었는가를 들여다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펼쳤던 것 같다.


기대했던 대로 스포티파이의 창업기부터, 성장해오면서 겪었던 어려움, 성장에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한 스포티파이의 핵심 업적을 아래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보았다.


1. 음악 플레이(스트리밍) 시간 단축

스포티파이는 2006년 스웨덴 출신 '다니엘 에크'에 의해 탄생했다. 당시는 P2P를 통한 파일 공유가 보편화되어 있던 시기라, '스트리밍'이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은 음원 플랫폼에서 음악을 누르기만 하면 바로 재생되지만, 당시에는 버퍼링으로 인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에크는 '0.2초 만에 음악이 플레이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실력 있는 개발자들과 함께 스트리밍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고, 결국 그 목표를 이뤄냈다.


2. 광고 기반의 무료 음악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 애플은 음원 '다운로드' 기반의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공개했다.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한 불법 음원 파일 공유가 성행하던 시기에 이용자가 돈을 주고 음악을 구매한다는 개념의 이 서비스를 음반사들이 거부할 리 없었다. 되려 스포티파이의 경우 '무료'로 음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음반사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 문제가 스포티파이가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음반사들과의 저작권 협상 난항, 무료 서비스에 반기를 든 아티스트들, 애플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등..) 하지만 결국 그들은 이 서비스 모델을 시장에 선보였고, 탁월한 음악 플레이어로 자리 잡으며 시장 내 안착했다. 무료 음악 서비스 모델을 만든 것에 대해 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용자들이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을 꼽고 싶었다. 물론 현재는 스포티파이도 무료 이용자뿐만 아니라 월정액 기반의 유료 이용자를 포함하고 있다.


3. 음악 큐레이션 기능

스포티파이는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나, 좀 더 견고히 그들의 자리를 굳히고 외연을 넓히고 싶었다. 창립자인 에크가 생각한 성장 방안은 오디오 서비스를 넘어 영상까지 아우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하지만 결국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 바로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다. 책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읽으며 놀랐던 점은 에크의 주도로 이루어졌던 것이 아니라, 에드워드 뉴엣과 크라이스 존슨이라는 두 명의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사용자의 취향에 정확히 맞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고, 스포티파이의 핵심 기능인 '디스커버 위클리(Discover Weekly)'가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에크는 디스커버 위클리에 회의적이었으며, 이후 이용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개발자에 대한 공을 인정해주지 않아 두 사람은 결국 스포티파이를 떠났다고 한다.


2020년 6월 기준으로 92개국에서 약 3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정상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이들의 성장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선도적인 서비스,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책 말미에 담긴 옮긴이의 글이 인상 깊었다. '이케아부터 스포티파이까지, 스웨덴은 어떻게 스타트업 강국이 되었나?'라는 주제였다. 


스포티파이 창립자인 다니엘 에크는 한부모 가정에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부모 가정이라면 더 힘든 조건에서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이유로 스웨덴 정부는 한부모 가정을 더욱 세심하게 배려한다고 한다. 또한 스웨덴에서는 성인이 되어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법인세를 통한 기업의 사회 환원이 이루어져 청년들을 돕는다. 스타트업 창업 시 정부가 아낌없이 지원하고, 실패하더라도 파산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스타트업 문화가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나라마다 처한 현실과 오랜 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좋은 점들은 배워서 우리에게 맞게 다듬고 적용할 수 있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간 미래를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기업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국내에서 얼마큼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제공할 새로운 경험과 문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다. 그때 다시 한번 글을 올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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