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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들과 바람 Apr 16. 2019

첫 말씀

   첫 글로 인사를 드립니다. 부끄럽게 여기서 저를 어떤 식으로 소개하기보다는, 매주 전하는 작은 에세이들로 다가가 서로 맞닿을 수 있는 접점을 찾으며 읽는 분들의 기억 한편에 조금씩 쌓여갈 수 있다면 더 좋겠다 그려봅니다.


   이곳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나서, 내가 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의 폭과 무게 그리고 그 속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세상엔 다양한 표정과 모습과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대마다 더 현저하게 많이 보이는 어떤 경향성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날을 기준으로 조금 느린 사람입니다. 해와 달이 채 하늘을 한 바퀴 돌기도 전에 보다 더 빠른 호흡으로 매일 새로이 무언가를 밖으로 표출하고 또 다른 이들이 내어놓은 것에도 반응해주는 것이 쉽지는 않아 소셜미디어도 하지 못합니다. 양의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그 속도가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곳은 높은 속도를 꼭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 저도 발 디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매주 한 편 정도의 속도, 그것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가늠해보았습니다. 내가 준비하여 내어놓는 것의 호흡과, 기다림 뒤에 새로이 그것을 읽어주실 분들의 호흡 - 만약 계시다면의 일이겠지만 - 양쪽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들어맞을 그런 주기. 전하는 이로서는 충분히 이야기의 뜸을 들일 수 있되 흐름이 끊어지지 않으며, 받는 이로서는 반가운 소식처럼 맞을 수 있되 너무 뜸하여 잊히지는 않는.


   하지만 이내 또 그 일주일의 속도도 조금 불안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문학가의 것이든 학자의 것이든 좋은 책들을 읽을 때마다 거기에 있는 글쓴이의 예사로운 술회 혹은 평이한 기술로 보이는 것들마저 사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조사를 딛고 나온 것인지 알게 될 때마다 항상 침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일주일의 시간 동안 나는 충분히 글과 문장에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을까. 그리 대단한 걸 전하려 하는 것은 사실 아니지마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자신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두 가지 속도의 중간 지점에서 어느 누군가에게는 다가갈 수 있고 남을 수 있는 것들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무척 유용한 글, 꼭 필요한 글, 획기적인 글은 확실히 아닐 것만 같지만 생각과 느낌, 인상과 질문들이 공명할 수 있는 장면들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Definitely Maybe>. 사랑하는 밴드의 데뷔 앨범명이기도 합니다. 또 제가 꽤나 많은 경우 품게 되는 어떤 대답이자 스탠스이기도 하구요. "당연히, 아마도- 이지요." 유약하게 보이기도 하고 퉁명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또 한없이 넓어 보이기도 하는, 이 아이러니를 품은 말과 같은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도록 힘을 다 해보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 WillamsPrints (https://www.etsy.com/mx/listing/210380362/definitely-maybe-by-oasis-album-co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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