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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리 Jul 19. 2022

창업가를 인터뷰 하면서 느낀 점

멋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여러 명의 창업가를 인터뷰할 소중한 기회를 얻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는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로 내보내고 있는 것. 어렵고 부담스러운 이 일을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 나는, 처음엔 그저 스타트업에 대한 열렬한 스터디밖에는 잘 해낼 길이 없다는 생각에 온갖 자료를 뒤져보기 바빴다. 


창업가의 개인 이력부터, 기업의 크고 작은 성과들까지 온라인 상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정보를 공부하고,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질문지 작성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 방법이 좋은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한 '진짜' 효과적인 사전조사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무작정 정보만을 긁어모으다 보니 인터뷰 질문이 단순 팩트체크에만 그치게 되거나, 이미 알려진 사실을 되물어 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창업가에겐 시간이 생명이다. 인터뷰 진행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준 창업가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가치있는 콘텐츠 완성을 위해서라도 방법을 다시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다. 그렇게 나름의 고민과 경험을 거듭하며 아래와 같은 마음가짐을 스스로 다졌다. 좋은 인터뷰 진행을 위해서는 꼼꼼한 자료조사와 더불어, 인터뷰이를 대하는 진심어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곱씹으며 말이다.


1. 객관적인 사실과 더불어, 사실에 대한 이유와 감정 물어보기


정말 부끄럽지만 인터뷰 콘텐츠를 시작한 초반, 나는 내 앞에 앉아있는 창업가와 그 기업에 대해 얼마나 많이 스터디를 했는지 인터뷰이 앞에서 나열을 했던 것 같다 (부끄럽다 아직도). 단순히 창업가에 대해서 내가 공부한 사실을 우회해서 질문했기에, 창업가는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여러가지 정보들은 나름대로 알고 있지만, 인터뷰어로서 제대로된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었다. 


창업가가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감정에 집중'이란, 단순히 창업가에게 모든 장단을 맞춰주라는 말이 아니다. 특정한 성과를 달성하고 난 뒤 향후 방향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팀원들과 그 성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공유했는지, 좀 더 창업가만이 전할 수 있는 이유와 감정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결과에 대해서만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는 인터뷰는 결코 가치있는 콘텐츠로 남을 수 없고, 이는 창업가와 인터뷰어 모두에게 결과적으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꼼꼼하고 깊이있는 사전 조사와 더불어 인터뷰이의 감정과 행동의 이유에 집중하는 것이다. 


2. 얼마나 명확하고 재밌게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가


나와 같은 주니어(?) 인터뷰이는, 인터뷰 이후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는 메모장과 녹음본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인터뷰가 계획한대로 흘러가면 참 좋으려만, 늘 그랬듯 세상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들은 내용을 얼마나 잘 가공할 것이냐의 문제다. 


1) 명확한 의도 전달

인터뷰 콘텐츠 작성 시 가장 중요한 건 창업가의 의도를 외곡하지 않는 것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창업가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창업가 본인도 모르게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되는 경우도 있고 당장 다음 투자 유치 시에 영향을 끼칠 만한 발언을 하게 될 때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는, 콘텐츠 담당자로서 사전에 꼭 체크를 해야 한다. 인터뷰 콘텐츠의 중요한 목적 중에 하나는 초기 창업가의 홍보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는 작성 시에도 명확한 원칙으로 수립하고 기억해야 한다. 혹 내가 불필요한 문장으로 창업가의 생각을 곡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문장이 창업가의 넥스트 스탭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문장인지 등 명확하게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


2) 대중의 니즈 파악

결국 인터뷰 콘텐츠도 대중들에게 소구되는 콘텐츠이기에,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들이 이 창업가와 스타트업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해보고 그 흐름대로 인터뷰를 재가공할 필요성이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 순서 그대로 작성해서 발행하기 보다는, 이 창업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본문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다. 재가공을 위해서는 내용에 대한 완벽한 숙지가 필수다. 어설프게 공부한 내용으로는 앞서 말한 곡해의 소지가 있다. 인터뷰 내용을 반복적으로 듣고, 추가적인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가장 재밌고 인상깊은 답변을 중심으로 순서를 재배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귀중한 시간을 내어준 창업가와 팀들에 대한 감사 표시인 것 같다. 평생토록 고민한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스타트업이라는 요소로 풀어가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 진심어린 눈빛으로 이야기해주는 그들과 보내는 짧은 시간이 더없이 값지다. 그들이 주는 인사이트를 말끔한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오늘도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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