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가을답지 않게 큰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바로 ‘링링’과 ‘타파’다. ‘링링’은 9월 초에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영향력을 끼치며 북상해 그 영향권을 수도권 쪽으로 삼고 있었던 데에 반해, ‘타파’는 9월 중순경 부울경을 비롯한 영남 및 호남지역을 영향권으로 삼아 북상했다. 두 태풍 모두 똑같이 한반도에 막심한 피해를 가져왔으나, 그 사실과 달리 재난 관련 보도는 수도권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 ‘링링’에만 온전히 집중되어 있었다.
사실 두 태풍은 막심한 피해를 끼쳤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동등한 양의 보도로 다루어졌어야 했다. 우선 수치적인 크기로 비교해보자. ‘링링’은 진행속도 12.0km/h를 기록한데 반해 ‘타파’는 무려 58.0km/h의 속도를 기록했다. 중심 기압에 있어서도 차이는 존재했다. ‘링링’의 기압은 985 헥토파스칼인데 반해 ‘타파’는 992 헥토파스칼을 기록했으며, 풍속에 있어선 ‘링링’이 27.0m/s로 ‘타파’의 23.0m/s라는 풍속보다 조금 강력했다. 허나 ‘타파’의 최대 순간 풍속이 42.2m/s였다는 점, 그리고 700mm 이상의 폭우를 동반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 피해는 ‘링링’보다 적지는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두 태풍 다 막강한 피해를 끼친 태풍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도는 그 영향권을 수도권으로 삼았던 ‘링링’에만 집중되어있었다.
그래서 9월 22일 저녁, 트위터에 국민들의 분노가 몰렸다. 그 분노는 #서울공화국이라는 해쉬태그로 가시화되었으며 해당 해쉬태그를 단 트윗은 3만여 개가 넘게 업로드되며 실시간 트렌드의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공화국’이란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부분의 역량이 서울에 집중되는 현상을 비꼬는 말로 비슷한 뜻인 #서울민국(서울+대한민국)이라는 해쉬태그도 등장했다. 노골적일 만큼 차별적인 보도량에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보도량의 차이가 과연 어느 정도 난 것일까, 우선 지상파 3사의 ‘뉴스특보’ 편성을 기준으로 그 차이를 분석해 보았다.
KBS의 경우, 예외 없이 ‘링링’과 ‘타파’ 모두 특보체제에 들어갔다. 법적으로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방송사이기 때문인지 두 태풍 모두의 보도량 또한 서로 비슷했다.
허나 SBS는 조금 달랐다. ‘링링’의 보도에 관해서는 아침부터 저녁에 모두 이르기까지 꾸준한 뉴스 특보가 편성된 반면, ‘타파’는 그렇지 않았다. 구체적인 보도량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다. 예컨대 ‘링링’ 관련 특보는 총 22건에 달한데 반해 (기준일 9월 4일 ~ 8일) ‘타파’ 특보는 총 9건밖에 되지 않았다. (기준일 09월 19일 ~ 22일) 두 배 이상의 보도량 차이는 물론, ‘링링’의 경우엔 7일 내내 특보가 도배된 것과 달리 ‘타파’의 경우엔 단 한 번도 특보가 편성되지 않았다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MBC에서도 특보 편성은 극명히 차이가 났다. ‘링링’ 특보의 경우, 6일 저녁부터 7일 오후에 이르기까지 총 5건의 뉴스 특보를 편성한 반면, ‘타파’ 특보는 단 두 차례밖에 편성되지 않았다.
당장의 저녁 종합 뉴스의 보도량에서도 차이가 났다. 예컨대 두 태풍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쳤던 7일과 22일을 기준으로 해당 저녁 뉴스의 보도를 살펴보면, ‘링링’의 경우, 7일 13건의 보도가 있었던 데에 반해 ‘타파’의 경우 8건의 보도밖에 방송되지 않았다. 이는 특보 편성의 차원에서나 일반적인 종합 뉴스 보도량에 있어서나 모두 수도권을 향한 태풍 ‘링링’에만 초점이 맞춰진 재난 보도였다는 것을, 그리고 지역민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는 차별적 수치였음을 보여주는 수치였다.
여기서 그럼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태풍 '타파’의 보도량이 현저히 적었다면 해당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또 다른 지역 케이블 뉴스에서의 추가적인 보도로 이를 보완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필자의 고향이자 ‘타파’의 영향권에 들었던 울산 MBC뉴스를 기준으로 보도량을 추가 분석해보았다.
태풍 ‘링링’이 가장 근접했던 시기인 9월 7일과 태풍 ‘타파’가 가장 근접했던 시기인 9월 22일을 기준으로 보도를 살펴본 결과, 보도량은 모두 두 건으로 동일했다. 7일의 경우엔 총 아홉 건의 보도 중 ‘링링’ 보도는 두 건을 차지했으며, 22일의 경우 총 열두 건의 보도 중 ‘타파’ 보도는 ‘링링’과 동일한 두 건이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7일 전체 보도량이 아홉 건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두 건을 할애해가며 보도한 것과, 열 두 건을 보도할 수 있었던 22일의 상황에서도 두 건 밖에 할애하지 않은 것은 그 느낌이 다르다. 물론 ‘링링’ 또한 영남지역에 영향을 끼쳤던 것은 맞다. 허나 이가 상대적으로 영남지역에 더욱 큰 피해를 끼친 ‘타파’의 보도량과 동일하다는 것은 지역방송에서조차 지역민들은 균형 있는 보도를 접할 수 없다는 것과 동시에 보도방향의 무게중심 자체가 서울-편파적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한국 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 정보의 제공은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또한 그러한 재난 보도는 소속 지역과 달리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매번 이런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국민들의 차별 보도에 관한 불만들은 왜 매번 개선되지 않는 걸까.
물론 행정부가 송출하는 재난문자로 재난 정보에 관한 정보 습득은 가능하다. 허나 이는 일정 부분만 충족되는 정도에 그친다. 예컨대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한 짧은 안내가 제공이 되기는 하나, 상세 소식과 추이 자체는 구체적인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뉴스의 공평하고 정확한 재난 보도가 필요한 지점이다. 더더욱 공평한 보도량과 구체적인 안내를 통해 재난 문자로 제공받는 단순한 수치적 정보와 단신을 넘어선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특보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보도 격차는 이론적인 문제가 아닌 지역민들의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실존적 문제이자 생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필자는 영남지역을 강타한 ‘타파’가 수도권에 상륙했다는 가정하에 일어날 수도권 지방의 예상 피해액을 설명하는 방송을 봤다. 그리고 울산에 사는 필자의 친구는 이번 보도 격차를 두고 말했다. “우린 같은 하늘 아래 살지만 같은 나라가 아닌 것 같아.” 이토록 노골적인 지방 배제적인 보도는 이미 우리 현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마냥 웃어넘길 수 없는 문제다.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서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보를 박탈당할 권리는 없다. 서울을 위한, 서울 중심의 서울 시점 보도에 실리는 편향성은 결과론적으로 서울 공화국의 건설에 일조할 뿐이다. 언론의 태도가 우선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언론은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그 과정에서 여론이 형성된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언론이 다루지 않을 때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요한 언론이 차별적 태도로 정보를 전한다면 지방 소외 담론은 어쩌면 평생 고칠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지방 소외 담론은 한국 사회의 오랜 의제였으나 고민의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변한 것은 극히 적다는 말이다.
서울공화국식의 보도로 서울이 아닌 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다양한 정보에서 배제당하고 있는 지역민들을 고려하는 방송 뉴스가 되어야 한다. 특히나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차별 없이 접해야 할 지상파라면, 공공성이 수반된 공공주파수를 활용하는 지상파라면 더더욱 변해야 한다. 서울공화국의 해체, 그 중심에 있어야 할 MBC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