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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연 Jun 13. 2019

방송 언론이 가져야 할 파르헤시아





| 무소불위의 권력


‘무소불위의 권력’, 하지 못하는 것이 어디에도 없다는 우리나라 검찰의 비대한 영향력을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검찰의 권력은 지금까지 어떤 나라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이는 기소권과 수사권, 그리고 영장청구권까지 모두 한 손에 쥐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쪽이 막강하게 커져 버린 권력을 쥐고 있는 탓에 부패의혹과 같은 사고 또한 꾸준히 있어왔다. 


개혁은 분명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중 하나가 바로 ‘견제’와 ‘균형’인 만큼 검경의 권력 또한 충분한 견제를 통해, 그 균형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은 자명하다. 과거 검찰의 부패의혹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국민은 오랜 시간 동안 검찰권이 어떻게 행사돼 왔는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검찰 개혁은 국민 다수의 ‘염원’이기도, 그래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반대가 끊이지 않는다. 일부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과 검찰총장마저 반대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과, 여당의 정치인들마저 국가적 최우선 과제인 검찰개혁에 반기를 드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리고 이런 혼란 속에서 과연 방송 언론은 어떠한 자세로 보도하고 있는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저널리즘의 최우선적 가치를 수행하고 있는가.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빚어진 논란과 갈등, 특히 그 중 검찰 총장의 항명 사태를 다루는 MBC의 태도는 타 지상파 보도에 비해 다소 느리게 느껴져 아쉬웠다.



|  검찰 총장 항명 : 지상파 3사의 보도 비교


지난 5월 1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즉 신속처리안으로 지정했다는 이유로 반기를 들었다. 특히 검찰 총장이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드러나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법안’이라는 부분은, 그 비판의 강도가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권력의 최고층이라고 할 수 있는 총장의 공개 반발이라니. 출렁이는 여론은 당연했다. 


그래서 수많은 언론사는 이를 주요 보도로 내보냈다. 우선 지상파를 중심으로 해당 날의 보도를 분석해 보자.


( KBS 뉴스9 (上), SBS 8뉴스 (下) / 출처 : 각 프로그램 홈페이지 )


 

5월 1일자 방송들을 각각 살펴보면, KBS는 이를 9시 뉴스에서 한 리포트로 보도했으며, SBS는 이를 8시 뉴스의 가장 톱 리포트로 삼아 총 두 개의 꼭지로 나누어 보도했다. 허나 MBC 뉴스데스크에선 그렇지 않았다.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날 뉴스데스크의 톱 기사는 새로운 일왕과 그 연호에 관한 것이었다. SBS와 KBS와 달리 어디에서도 검찰총장의 항명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보도의 경중을 따져보자는 것은 아니지만, 공개적인 검찰총장의 항명이라는 이례적인 일을 굳이 왜 보도하지 않았던걸까. 특히나 뉴스데스크는 와이드 뉴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수십 개의 보도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항명발표 사안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하기엔 지상파를 비롯한 다양한 보도 채널에서 연달아  리포트로 삼았던 내용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이렇듯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주요 사안이  보도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는 다음 날인 5 2이를  개의 리포트로 나누어 주요뉴스로 배치한다

해당 보도는  지상파와 차별화된 ‘분석 가미되었던 것으로 깊이부터 달랐다는 점에서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있었다 번째로 보도되었던 국민보다 ‘조직눈치가? … 검찰총장 ‘반란사’’ 라는 보도에선 기자의 마지막 리포트가 특히 인상깊었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하며 내세운 이유는
"이대로 가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겁니다. 
 경찰 역시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검찰과 경찰, 자신들을 위한 싸움으로 보는 것도 현실입니다.

/ 2019.05.02 박민주 기자



무엇보다 국민이라는 수용자에 초점을 맞춘, 통찰력이 돋보였던 마무리였다. 

다만 이처럼 깊이 있는 보도를 할 수 있었음에도, 그 시기를 놓친 것 같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리얼미터의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총 52%의 국민들이 이에찬성한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한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시대적 요구라는 것이며, 언론들은 더욱 시의성있고 깊이감이 있는 보도를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벽히 설명되지 못한 보도의 방향성은 의도 자체에 관한 강한 의심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두고 비판이 일수도, 혹은 권력 개입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은 중심을 지키고 담대하게 나아가야 한다. 권력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권력을 견제하는 감시견으로서의 기능이 곧 저널리즘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 언론의 자유와 파르헤시아


파르헤시아가 필요하다. 파르헤시아란 담대하고 솔직한 비판을 일컫는 말로 미셸 푸코가 특히나 강조했던 덕목이기도 하다. 그의 저서 <두려움 없는 발언>에 따르면, 파르헤시아란 ‘담대하고 솔직한 비판이자 불편한 진실’으로 규정되어있다. ‘말함으로써 화자에게 돌아오는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조차 진실을 발언하는 용기가 없다면, 
‘언론의 자유’라는 말을 감히 꺼내지 말라.”



푸코는 죽기 전 마지막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시대에서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그러한 자유로운 언론의 구성요건으로서 용기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방송언론은 이런 파르헤시아를 실천하는, 용감한 파르헤시아스트가 되어야한다. 이는 언제나 위험을 각오하고 어떤 수사학적 기법이나 설득을 수반하지 않은 직언을 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직언의 작동 요건은 행위자의 용기와 청자의 경청일 것이다. 시민을 위해 일하며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이와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은 곧 ‘파르헤시아스트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가장 잘 요약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언론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성을 바탕으로 한 직언을,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러한 언론의 말을 경청해야만 파르헤시아가 작동한다. 그것만이 작동 요건이 된다. 




이번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같은 굵직한 정치적 쟁점의 보도에서 그러한  파르헤시아적 태도는 더더욱 적용되어야 한다. 어느 권력 관계에도 얽히지 않는 시의성 있는 진실을 충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무조건적이고 강력한 비난을 하라는게 아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진실을 올바르게 꼬집어달라는 말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2019.03.15~2019.04.28 기준) 방송사 저녁 종합 뉴스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뉴스의 보도를 살펴본 결과 78.1%가 상황을 단순히 전달하는 형식이었고, 14.2%는 여야 대치 상황을 평가하고 해설하는 뉴스였다고 한다. 패스트트랙에 포함될 법과 제도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보도는 불과 6.3%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정작 이러한 쟁점들에서 왜 싸움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알 수 없다. 철저히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한다.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보도 방향에 대한 의문은 진실을 축소한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 저널리즘의 우선적 가치와 방송 뉴스만이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파르헤시아적 직언으로 보도를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답은 정해져 있다. 그러한 용기와 진실의 직언이 치밀해질수록, 파르헤시아는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 권력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파르헤시아의 장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푸코가 말하는 진실된 언론의 자유를 실천하는 MBC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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