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동창업자를 선택한 기준
나는 80여명의 솔로 창업자들 사이에서 공동창업자를 찾는 과정까지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앤틀러 코리아에서 창업을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프로그램 내 80명 가운데서 공동창업자를 찾지 못했고 외부에서 구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아이템에 나와 동일한 레벨로 관심 있는 다른 창업자를 프로그램 내에서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동창업자를 찾아서 함께 아이템을 확정해야 하는 'Track-out'에 대한 D-day가 점점 다가왔을 때, 조급했던 나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런 스토리를 올렸다.
이에 응답한 사람이 지금 스니커즈팀의 COO인 신영님이었다. (신영님은 지인을 통해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개받고 팔로잉하고 있었다.)
Track-out을 통과하지 못하면 pre-seed 투자 유치에 대한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정이 급하기도 했지만, 단순히 급하다고 해서 신영님과의 공동창업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약 4주간 아이템 선정 + 디벨롭 + 시장 검증 + 세일즈 지표를 올리고 결국 pre-seed 2억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 공동창업자에 대한 기준이 충족되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공동창업자에 대한 4가지 정도의 기준을 갖고 있었다.
1. 업무력 : 서로 상호보완적인 skillset을 갖고 있는지?
나는 마케팅, 브랜드 기획, 마케팅 리서치, 보고서 작성 (즉, 스토리라인 구성) 등의 실무를 경험해 온 8년차 직장인었고, 신영님은 웹 디자인, 퍼블리싱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서로의 업무 영역이 상호보완적이었다.
pre-seed 투자 유치 이후 tech leader만 영입한다면, 뭔가를 실행해 볼 수 있는 업무력의 구색이 갖춰지는 셈이었다.
또한, 주변 사례들을 통해 초기스타트업 파운더들이 직장에서 월급 받고 실무해 본 영역이 없다면, 이는 업무 및 결과물의 퀄리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실행력 :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실행력이 있는지?
실행력은 스타트업에서 중요하다고 많이 얘기되는 정말 기본적인 사항임에도, 이 기본을 갖추기는 무척 어려운 것 같다.
스스로와 조금만 타협해도 사그라드는 것이 실행력이고, 이는 곧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의미하기 때문.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리플렛을 나눠주거나 벽보를 붙히는 일을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 없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유저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방법이라도 실행해보고, 거기에서 learning을 얻어야 할 때가 있다.
하기 전에 이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라던가, 힘들다던가, 지친다던가 하는 생각 자체를 그냥 내려둬야 한다. 그냥 무조건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안되는 사람이면 나는 같이 공동창업자로 일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3. 한계극복력 : 삶에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moment가 있었는지?
스타트업은 끊임없는 극복의 여정이다.
살아온 개인의 서사에 이러한 극복의 경험이 이미 있다면, 스타트업 여정에서도 위기, 장애물, 한계를 극복해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성취경험은 또다른 성취를 부르는 법이니까. 허들을 최초 한 번 넘는 것이 어렵지, 그 다음은 훨씬 수월해진다.
신영님과 여러 대화를 나누면서 신영님의 커리어와 개인의 삶에서 한계를 극복하고 성취한 경험을 공유받으며 내가 찾던 공동창업자라는 것을 확신했다.
신영님 또한, 내가 세계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출간한 성취를 인스타그램에서 좋게 봐주셨기에 선뜻 공동창업자를 찾는다는 말에 관심을 갖게 됐었다고.
4. 비전의 대한 공통된 몰입, 공감
신영님과 나의 몇 안되는 공통점 중 하나는 세계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나는 열심히 월급을 모은 돈으로 약 2년 반, 신영님은 1년 동안 세계여행을 다녀오셨는데, 그렇다 보니 우리는 시간과 경험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팀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스트릿 캐스터"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철학과 비전에 기인한다
한정된 시간 안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내가 원하는 오프라인 경험을 누리려면, 현장의 실시간 정보가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A 맛집에 지금 웨이팅이 너무 길다는 현장 실시간 상황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우리는 다른 대안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롯데월드를 갔을 때 놀이기구별로 실시간 대기 상황을 알 수 있다면, 어느 기구부터 타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있다면, 바쁜 현대인의 한정된 시간 (보통 주말..) 안에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게 스트릿 캐스터 서비스를 탄생하게 한 생각이었다. (서비스의 미션과 비전은 다른 글에서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의 본질적인 가치에 깊이 공감하는 공동창업자를 만나야, 지치지 않고 함께 몰입하고 몰두할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좋은 공동창업자를 만나기 위한 방법은? 그건 바로 내가 좋은 공동창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내가 바라는 공동창업자의 기준이 있다면 내가 먼저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할 수 있는 관계는 없다..!) 나 또한 여전히, 부단히, 계속해서 노력하는 중.
잘 맞는 공동창업자를 만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닐텐데, 지금까지 좋은 운이 따라줬던 창업길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