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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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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주 Sep 15. 2019

정말 가족 같은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코요태 편, '가족끼리 왜 이래'



코요태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사람이 좋다>에 출연했다. 휴먼 다큐라는 명칭에 걸맞게 <사람이 좋다>는 연예인 코요태보다, 코요태 안에 있는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 다큐멘터리의 문법으로 담백하게 편집된 영상 속 코요태는 예능으로, 무대로 만나던 코요태와는 또 달랐다. 그들은 서로의 농담에 웃기도 하고, 장거리 이동에 지루해하기도, 아픈 목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억지스럽게 과장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이 편안했다.

그들의 모습은 '가족'이라는 단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과 비교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서로를 아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함께하고 있었다. 해당 화의 제목도 '가족끼리 왜 이래'. 신지 또한 본인과 빽가는 쌍둥이, 김종민은 큰오빠라며 코요태를 가족으로 표현했다. 

20대 초반, 코요테라는 그룹으로 모인 그들은 어떻게 가족이 되어갔을까?


일단 함께 한 세월이 20년이다. 다큐멘터리로 그들이 함께한 세월 중 정말 일부만 본 거지만 20년의 짬은 다큐멘터리 전반에 짙게 베어 났다. 그들은 정말 정말 서로를 잘 알았다. 신지는 닭을 좋아하고 김종민은 면을 좋아한다며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빽가의 모습에서, 장난스러운 말 안에 숨어져 있는 진심 어린 위로를 알아차리는 신지의 모습에서, 신지가 마음고생한 시절을 회상하는 김종민의 모습에서 그들이 동고동락한 세월이 느껴졌다. 집들이 날, 빽가가 김종민이 무조건 선물로 휴지를 사 올 거라고 맞춘 건 놀라울 지경이었다.

세월만 함께 보낸다고 누구나 가족 같은 사이가 되는 건 아니다. 그들이 가족처럼 단단한 팀이 된 건 함께한 20년 안에 있는 여러 위기들 때문이 아닐까. 힘들었던 시기, 그들은 함께 버텨냈다. 코요테의 리더, 김종민은 그들이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서로 많이 의지했기 때문이라 한다. 

김종민도, 신지도, 빽가도 모두 각자의 위기를 겪었다. 그 여러 번의 위기들 속에서 코요테라는 팀이 깨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본인의 위기가 코요테의 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그런 멤버를 옆에서 잡아주며 함께 가자고 이야기해준 시간들이 있기에. 김종민의 이야기처럼 코요테는 집이 되고, 그 안에서 그들은 가족이 되어 가요계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그들은 바다에 함께 앉아 앞으로의 목표를 그렸다. 신지가 말한 코요테의 목표는 20년 후 김종민 환갑 때, 디너쇼를 열고 그 디너쇼를 가요무대에 나가 홍보하는 것이었다. 김종민이 말했듯 코요테는 그들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집이기에, 그들은 20년 후 미래에도 함께하고 있음을 당연스럽게 전제하며 목표를 세워나갔다. 나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당연히 20년 후에도 코요테라는 가족이자 그룹은 계속될 것이라 당연히 생각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의심 아닌 믿음이, 오해 아닌 이해가 있는 그들의 관계를 보며 참 부럽기도 했다. 코요테의 웃음도 눈물도 겹겹이 쌓인 세월의 단편을 보고 있는 동안은 조금 더 사람이 좋아졌다. 


<사람이 좋다> 홈페이지에는 '삶은 아름답다. 사람의 향기를 전하고 싶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삶은 아름답다고, 사람은 향기롭다고 확신을 담아 이야기하기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사람이 좋다’는 제목은 어찌 보면 참 낙관적이다. 뉴스를 보며, 또 주위를 보며 우리는 종종 사람에 대한 환멸과 회의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사람을 찾게 된다. 혼자 있고 싶다가도 누군가를 만나 서로의 삶을 나누고 싶어 진다. '사람이 좋다'까지는 모르겠어도 우리의 삶에는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고 우리는 결국 함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함께 살아나가고 있는 타인의 삶을 궁금해한다. 본능에 가까운 듯한 이 궁금증에 응답하듯, 많은 프로그램들이 리얼함을 강조하며 누군가의 삶을 보여주었다. 휴먼 다큐멘터리를 찾게 되는 이유도 마찬가지 아닐까. 누군가의 삶의 단편을 보며 함께 울기도 웃기도 할 수 있다는 것.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 휴먼 다큐의 매력은 이런 것들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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