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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잰 인터뷰 Mar 06. 2024

입국심사대에서 눈 돌리지 마

뉴욕 JFK 공항에서의 에피소드

미국 유학을 떠나 처음으로 미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이다. 막 항공기에서 내린 수많은 인파로 정신이 없던 와중에 귓가를 때리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PASSPORT! Get your passport ready in advance." 라고 외치는 한 흑인 입국심사 직원이 보였다.


줄이 길게 늘어져 입국심사까지 족히 30분은 기다려야할 것 같아 보였지만 나는 그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여권을 찾았다. 미국 시민권자(U.S. Citizenship), 미국 영주권자(Residents) 외국인 등록증(Alien Registration Card) 외국인(Visitor)에 따라 분류된 구간에 맞게 줄을 서야 했고 나는 끝이 안 보이도록 늘어진 'Visitor' 구간으로 가야만 했다. 아직 경기는 시작도 안했는데 기운이 다 빠진 느낌이랄까.


기나긴 기다림 끝에 나는 그 흑인 직원이 서있는 노란색 대기선 뒤쪽으로 발을 맞추어 섰다. 내 차례가 되자 매우 엄숙한 표정의 한 남자 직원이 내게 손가락을 까딱하며 오라는 제스처를 취하였다.

"Hi. How are you doing?"

"Uh, I'm good."

나는 가능한 짧게 대답하며 직원의 눈을 쳐다보았다. 대충 예상 질문 몇 가지를 곱씹어보았지만 긴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 직원은 잠시 여권을 살펴보더니 나의 F-1비자 등을 요구한 뒤 계속해서 뚫어져라 내 눈을 직시했다. 필요한 모든 문서를 건낸 뒤 나는 그 삼엄한 분위기와 어색한 공기에 짓눌려 잠시 직원의 눈을 피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였다. 그 직원이 "Keep your eyes on me. No peeking around." 라고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남의 눈을 뚫어져라 보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배웠는데 이 직원은 내가 눈을 돌리는 순간 불편해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만큼은 정확한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야 비로소 테러와 같이 다양한 국제 범죄로 골머리를 썩는 미국 공항에서 괜히 오해 살 행동을 했구나 싶었다. 나는 뭔가 정직하지 못한 짓을 벌이고 그것을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요즘처럼 경기가 불안정하고 치안 강화에 힘써야 하는 시국에 입국심사대를 지나게 된다면 더욱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면접관과 마주하시기를 바란다. 영어가 들리지 않아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더라도 "Excuse me?" 또는 "I'm sorry? Could you say that again?" 라고 얘기하면 그만이다! 외국인이 이정도 영어하면 퍼펙트하지 그럼. 이런 마음으로!


(처음 미국 유학을 떠난 그날부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별로 영어 표현을 풀어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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