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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잰 인터뷰 Mar 10. 2024

제 짐이 분실된 거 같은데요

Don't panic! 분실 신고서부터 작성하라

한 번은 경유지에서 짐을 부치고 수취대에서 (baggage claim area) 수하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우리 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이미 컨베이어 벨트가 속도를 줄이며 완전히 멈추어 섰고, 아무도 찾지 않은 짐은 (unclaimed baggage) 이미 한 쪽에 모두 끌어내려진 상태였다. 여기기 맞는지 전광판의 수취대 번호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으나 우리 짐은 끝끝내 나오지 않았다.


마침 앞에 서 있던 한 항공사 여직원에게 우리 사정을 얘기했더니 baggage tag number (수하물 조회 번호) 를 보여달라고 했다. 직원은 들고 있던 기기로 내가 들고 있던 수하물 표의 바코드 번호를 찍고는 한 카운터 쪽을 가르키며 분실 신고서를 작성하라고 하였다.


"Your luggage seems to be missing. There's also the possibility that someone has accidentally taken it, as their suitcase looks very similar in color and shape." (손님의 수하물이 분실된 거 같네요. 색깔이나 모양이 비슷해서 누군가가 자기 수하물인 줄 착각하고 가져갔을 수도 있고요.)


"This is why I put multiple personal luggage tags on my suitcase. I've never been in this situation where my luggage went missing. It's quite frustrating." (그래서 수하물에 이름표를 여러개 붙여놓는데 이런 일은 또 처음이네요. 너무 당황스럽고요.)


"I understand. Well, you can go over there and fill out the paperwork for the missing luggage. Once the luggage is located, it will usually be delivered to your accommodation within a couple of days." (그렇죠. 우선 저 쪽에서 분실신고서 작성해주시고요. 보통 수하물은 찾는대로 며칠 내에 숙소로 전달됩니다.)


아니 이럴까 봐 일부러 짐가방에 이름과 주소를 적은 이름표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 세 개를 달고 그것도 모자라 나름의 표식을 해 둔건데 누가 헷갈릴 수 있단 말인가. 만약 항공사 잘못으로 분실된 거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당장 잠옷이나 대부분의 생필품은 거기 들어있는데 행여 못 찾으면 어쩌나 싶어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우선은 내 짐가방이 무사히 우리 숙소에 도착하길 비는 게 최선이었다.

천만다행으로 하루정도 지나 짐가방은 숙소로 전달되었다. 또한 감사하게도 호텔 직원이 숙소 문 앞으로 짐가방을 가지고 와 주었다. 내게는 짐가방을 기다리는 그 하루도 매우 길었는데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간혹 짐가방이 영구히 분실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항공사마다 수하물 분실 보상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으나 이런 경우에도 스스로 짐가방 안의 물품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며 실제 주어지는 보상금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 어떤 값어치로도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물품을 잃는다면 그 여행은 제 아무리 다른 모든 것이 완벽했더라도 너무 끔찍한 경험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해외 여행을 하며 '설마 내가 이런 일을 겪겠어' 싶은 분실 및 도난 사고 등을 종종 겪었기에 그 이후부터는 귀중한 물건은 짐가방이 아닌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도 이 습관만큼은 버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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