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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 Feb 04. 2024

로맨스 소설을 쓰는 이유

무서워서

나이 들어감에서 오는 좌절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움츠러듦을 사람들은 어떻게 관리하며 살아갈까?




최근 회사에 신입 사원이 들어와서 몇 번 밥을 사줬다. 이 친구들은 94년생, 95년생이라고 했다. 밥을 먹으면서 이 친구들이 나를 불편해하는 것은 아닐까 매우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질문을 하면서 혹시 너무 사적인 질문은 아닐까 걱정하고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스스로 점검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을 몇 번에 걸쳐 하면서 마지막에는 좀 움츠러드는 기분까지 들었다. 이 감정의 기저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는 불편해서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같이 밥 먹기를 그만뒀다.

 

나는 이 감정의 이름이 궁금했다.

더는 젊지 않다는 자각.

잘못한 것도 없는데 느끼는 자괴감.

이 모든 걸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주는 무기력.

다들 사십 대가 되면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사는 걸까?


나는 처음으로 점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역 카페에 성형 수술을 검색해 보기도 했으며 강의도 찾아봤다. 강사는 사십 대가 인생의 시계로 오전 11시에 불과하는 말을 했다. 공감도 힘도 되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육체는 늙는다.

이제야 이 사실이 두렵다.




내가 신이라면 이런 고민 따윈 하지 않을 텐데.

고작 인간이라서 이러고 산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삶의 한계를 알고 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설이라는 한 세계를 만들어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현실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내가 느끼는 움츠러듦과 두려움에 대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나를 대신해 방황하고 외로워하고 슬퍼하다가 결국엔 모두 행복에 이른다. 이 단순한 결말이 나를 안심시킨다.


오늘 문득 더 무서웠다.

빨리 로맨스 소설 쓰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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