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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Jul 14. 2022

아빠, 망고바람 만들어줄까?

6살 아이의 생각이 흐뭇하다

종이팩에 든 망고 쥬스를 다 마신 아들이 대뜸 나를 부르더니 자랑스러운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빠, 내가 망고 바람 만들어 줄까?"

    "응? 망고 바람? 그게 뭔데?"


아이는 대답 대신 빨대가 꽂혀진 빈 쥬스팩에 입을 갖다 대고는 힘껏 입김을 불어넣었다. 종이팩이 한껏 부풀어 올랐고 아이는 내게 다가와서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부푼 종이팩의 중앙을 힘껏 누르며 거기서 나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빨대를 내 얼굴로 가까이 대었다. 아들의 입김이 망고향을 듬뿍 담아 새로운 바람이 되었다. 아이의 말처럼 망고바람이었다.


어릴 적 종이팩에 든 두유(베지밀)를 어머니께서 자주 주셨다. 조금 더 단맛이 강한 베지밀B를 마시곤 했는데, 두유를 다 마실 때 쯤에는 종이팩이 쪼그라들면서 남아있는 두유를 다 먹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아이의 빨아들이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서이기도 하고 아직 요령을 익히지 못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음료를 거의 다 마셨을 즈음에 빨대로 입김을 불어넣어 종이팩을 빵빵하게 부풀게 하면 남은 음료를 쉽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종이팩 내부의 기압이 올라가면서 바닥에 깔린 음료가 기압차에 의해 빨대 안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런 원리를 몰랐지만 음료를 마실 때 입김을 불면 나는 방울소리가 신기해서 자주 입김을 불어넣곤 했다. 어머니는 음식가지고 장난을 치는 줄 아셨지만 나름의 탐구활동이었다.


밀폐 용기에 입김을 불면 기압 차에 의해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방식은 정말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름 짓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망고바람을 만들어주던 아이는 다음날 오렌지 바람을 만들어줬고, 얼마든지 새로운 바람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래, 계속 그렇게 해맑게 자란다면 아빠는 바랄 것이 하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해맑은 모습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이 내 삶을 더욱 밝게 해준다는 것을 말이다.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아빠의 퇴근을 기다리며 퇴근때마다 나를 환영해주는 아이들로 인해 행복하다. 조금 더 성장하면 달라진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더라도 지금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은 내 기억 속에 계속 남아있을 것 같다. 언젠가 나보다 더 큰 아들에게 망고바람을 만들었던 이야기를 해주게 될 날이 오면 아빠는 너의 순수한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덕분에 아주 행복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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