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입니다.
월요일 오전 편집회의는 늘 괴로운데, 월요일, 오전, 편집, 회의 때문만은 아니다. 그게 정확히는 박근혜 탄핵 때부터인데, 삼십 년만에 데모를 나가 옛 동지들을 만나 설렌 사장이 그들과의 공고한 연대를 위해 페이스북을 시작하였고, 편집회의가 “내가 어제 페북에서 본건데 말야”라는 말로 열리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매주 5분의 노동이 추가된 것은 사소한 문제이다. ‘페북에서 본 것’(즉, 텍스트)에 대한 ‘사장’(즉, 능력 없는 80년대 운동권 출신)의 ‘감상’(즉, 개소리)이 ‘물성’(즉, 그의 음성)을 가지고 고막에 닿는 상황이야말로 찐고통이다.
오늘 회의도 그렇게 시작하였다.
“내가 어제 페북에서 웃기는 얘기를 봤는데 말야”
“개미핥기 알지? 개미핥기라는 이름이 웃기다는 거야”
“자 보라구. 개미핥기는 개미를 핥는 게 아니고 먹잖아. 근데 왜 이름이 핥기일까?”
“개미핥기가 영어로는 앤트 이터거든. 그러면 개미핥기가 아니고 개미먹기가 돼야 하는 거 아냐? 와하하ㅏ하핳”
사장은 혼자 말한다. 리액션을 해주지 않아도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는다. 사장은 능력은 없지만 머리는 좋은 편이어서, 자신의 잡담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정확하게 안다. 즉 그것이 리액션이나 공감이나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직원들을 앉혀 놓고 매주 십오 분을 혼자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지위를 현실에 구현함으로써 얻는 심리적 만족(즉, 기분)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안다. 처음에는 “아 그렇군요” 따위의 예의상의 리액션을 해주는 직원도 있었지만, 그 5음절을 기다리지 못하고 제 할말을 하는 사장을 보고는 다들 무언의 합의를 한 듯하다. 멍때리는 사람이 반, 회의 자료에 곰돌이를 그리는 사람이 반, 그리고 말하는 사장이 한 명 있다.
“큰개미핥기는 하루에 3만 마리의 개미를 먹는다는데”
“그럼 1년에 대충 천만 마리를 먹는 거잖아?”
“근데 말이야”
‘특이점’이 왔다. 그러니까 사장의 ‘감상’이 시작되는 지점인데, 늘 “근데 말이야”로 시작하면서 테이블을 ‘탁’ 치기 때문에 정신없이 곰돌이를 그리다가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이게 특이점인 이유는 이어지는 말들이 꽤 높은 확률로 띠지카피나 회사 페북 포스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개미핥기는 1년에 천만 개의 생명을 먹는 동물인데”
“이건 유전자 레벨에서 각인된 거잖아”
“근데 개미핥기가 진화를 거듭해서 인간 수준의 지능과 사회와 도덕 체계를 가지게 됐다고 치자고”
“그러면 개미핥기의 윤리를 가정하면”
“윤리 체계에서 생명의 단위라는 인식이 작동하는 방식이 인간과는 다르지 않을까?”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신간, 그 뭐더라, 그래 <그대 마음처럼>”
“그거 표지에 개미핥기 넣으면 어때?”
“생각해보라구? 이제 회의 시작합시다.”
– 과장님 어떡하죠?
– 개미핥기?
– 네 아 진짜 이걸 표지에 어떻게 넣어요.
– 못 넣죠 ㅎㅎㅎㅎ
– 그럼 어떡해요..
– 일단 이거 먹어요 마카롱
– 헐 대박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