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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awa Nov 28. 2022

 경쟁PT의 준비 과정

7개월 만에 경쟁PT를 시작했다. 사원으로서 이렇게 제대로 된 경쟁PT는 세 번째인 것 같다.

경쟁PT를 함으로써 좋은 생각을 만드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오는 기쁨을 즐기는 편이다. 이번에 경쟁PT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데, 처음 도전해보는 카테고리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아직 부끄러운 단계이지만 경쟁PT의 시작과 끝을 톺아보면 스스로 Lesson-and-Learned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동시에 광고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유용한 정보를 전달드리고자 일련의 과정을 기록해 보려 한다.


대행사 인바이트

처음에 광고주로부터 RFP를 받는다. RFP란 Request For Proposal의 약자로 제안 요청서라는 뜻인데, 주로 기업에서 광고대행사를 선정할 때, RFP를 준비하여 광고대행사에 제안을 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용어이다. RFP에 들어갈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개요

프로젝트 명 : 제목

프로젝트 수행기간 : 광고대행사 대행기간

목적 : 어떠한 목적을 두고 제안하는 것인지?(예: 버즈량 증대, 이슈화, 매출증대 등)

타겟 : 주요 고객, 잠재 고객

총 예산 : 연간 얼마나 예산을 소진할 계획인지

상세 내용 : 위 내용에 따른 부연설명 및 참고사항 등


2. 제안 및 진행 일정

제안서 구성 : rfp 구성을 어떻게 해서 전달 줘야하는지

제안서 제출 : rfp 마감일, 공개pt일, 시간대 및 장소 등

기타 : 평가 기준 등


팩트북 정리

RFP를 확인한 후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대략 파악한 뒤, 광고주 미팅 전 브랜드 스터디를 위해서 인턴이나 사원급 팀원들이 팩트북을 준비한다. 팩트북은 광고 회사에서 처음으로 먼저 나온 말이다. 팩트북은 기획 주제와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해 파일이나 묶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팩트북 안에는 주로 브랜드의 상황분석, 시장에서의 위치, 자사 분석, 경쟁 브랜드 이슈 등의 내용이 들어간다. 여기서 자사분석과 시장상황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가 엉뚱하게 진단해서 오진을 내리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마케터도 자사분석과 시장조사를 통해 진단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자사분석은 홈페이지에 있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드의 홈페이지에는 클라이언트가 어떤 브랜드의 가치를 주요하게 전달하고 싶어있는 지 잘 요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사나 블로그 등의 소비자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자사분석 단계에서는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잘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팩트북의 구성 요소는 브랜드마나 프로젝트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아래와 같다고 보면 된다.


1. 자사분석

브랜드 비전, 미션이나 목표

브랜드 히스토리

브랜드 Story

브랜드의 제품(라인업 정리)

2. 시장분석

브랜드가 속한 카테고리의 시장 상황

3. 자사&경쟁사 비교 Summary

MS나 브랜드 순위, 주력 상품을 한 눈에 보기 좋게 표로 정리해 놓는 편이다.

3. 광고 커뮤니케이션 정리

자사&경쟁사 TVC, 인쇄 광고물 정리

4. Appendix

자사&경쟁사 관련 기사

소비자 트렌드 관련 참고하기 좋은 기사


광고주 OT 및 제작팀과의 Kick-off

광고주 OT를 진행하여 광고주가 원하는 방향성과 모델을 체크하고, 광고 할 신제품도 시식하는 자리를 가졌다. 광고주 미팅 후에는 기획팀이 컨택 리포트를 작성하고 제작팀과 간단하게 리뷰를 한다.


커뮤니케이션 방향성 정리

Kick-off 이후에는 기획팀이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정리한다. 주로 소구해야 할 USP를 하나로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성을 정리하기 위해 주변 지인들을 막 괴롭혔던 생각이 난다.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했는지에 대한 접점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끊임없이 물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조금 더 엣지있게 보여주는 것이 좋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소비자 인사이트를 발굴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상황분석-소비자분석-인사이트-해결방안-커뮤니케이션 방향성 이러한 구조로 PPT에 내 생각을 문서화시키고 팀 아이데이션을 통해 방향성을 더 좁혀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과정이었기에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바로 PPT에 옮기기보단 스티커 메모장 같은 곳에 텍스트를 적으며 끊임없이 문장을 다듬고, 생각을 추가하고 고쳐나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 서점에 가서 문장도 자주 주워 쓰곤 했다.


소비자 FGI 진행

광고할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정리하기 위해 사내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했다. 고맙게도 사우들이 바쁜 시간을 내어주어 총 30여명이 참여해 주었고, 질문지는 기획팀에서 미리 정리해 제품 시식 후 참여자들에게 배부했다.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식, 브랜드에 대한 Consensus,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 모델에 대한 의견 등 대략 20개 정도의 질문을 담았다. FGI가 끝나면 PPT에 조사 결과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유의미한 내용이 있다면 기획서에도 반영한다. 브랜드에 대한 생생한 생각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단서를 발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제작 OT진행

제작팀에 팩트북과 기획팀이 아이데이션 한 내용을 가지고 제작물을 요청하기 위한 Orientation 미팅을 진행한다. 주로 광고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무엇인지, 브랜드의 USP 중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 전달하고, 부가적으로 제작팀이 Creative를 구상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제작 OT는 광고주가 준 과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방향성을 잡아나갈 것 인지 기획과 제작팀이 합의해나가는 자리이다. 어떻게 방향성을 잡느냐에 따라 제작 결과물은 매우 달라지기 때문에 책임감이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제작팀 미팅

제작OT를 진행한 뒤에 양 부서 간 날짜를 정해 놓고, 정해진 날짜에 제작팀이 구상해주신 1차 Creative를 확인한다. 주로 기획팀이 제안한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에 따라 Creative를 잡는 팀도 있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제작팀이 정의한 방향성에 맞게 제작물을 가져오는 팀도 있다. 어떤 방향이든 예상치 못한 대상의 만남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니, 여지를 열어두고 생각의 단초를 넓혀 나가는 과정이 좋은 것 같다.


제작팀과의 2차 미팅

2차 미팅에서는 기획팀의 피드백을 반영하거나 좀더 디벨롭된 Creative안을 가지고 회의를 한다. 2차로 다듬어진 Creative를 보고 숨겨진 비기를 이제야 꺼내시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1차 때보다 훨디벨롭된 완벽한 Creative와 콘티를 볼 수 있었다. 똑같은 생각을 어떻게 이런 위트있는 단어와 구조에 담았을까? CD님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라면 결코 쓸 수 없었을 것 같은 문장인데, 감탄만 나왔다. 밤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서 기획서만 다듬으시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아이디어의 '깊이'는 감명을 준다. 깊이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시간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서 작성

기획서는 모든 팀원이 붙어서 쓰느냐, 프로젝트 리더가 총대를 잡고 써내려가느냐는 팀마다 성격이 다를 것이다. 우리 팀은 팀장님이 기획서의 틀을 잡아주시고 팀원들이 디자인, 그리고 인사이트 혹은 첨언을 더해가는 식으로 기획서를 완성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기획서에 들어갈 생각과 아이디어는 사실 마감 하루 전에 가장 잘 나온다. 기획서는 마치 캔버스처럼 정해진 규칙이나 틀이 없고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다 이기 때문에, 임팩트있는 장표를 어떻게 구성하여 보여줄 지 생각하다 보면 늘어지면 끝도 없이 늘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끝없이 늘어지는 게 아니라 정해진 마감기간이 분명하고 그 안에 타이트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작업이고, 이런 '마감효과'가 잘 발현되는 직업이기에 광고 일을 비교적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크리덴셜 작성

크리덴셜은 회사 소개서를 칭하는 말이다. 회사의 주요 포트폴리오를 모아놓고 보여준다. 모든 포트폴리오를 담아 낼 필요는 없고 해당 브랜드와 유사한 카테고리를 온에어했던 내용을 주로 보여주면 점수를 딸 수 있다.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기재함과 동시에 전담 인력도 크리덴셜 써머리 안에 담아낼 수 있다.


Presentation 진행

프로젝트 리더가 주로 Presentation을 담당하는 것 같다. PT 전에는 폰트가 깨지지 않는지, 오타가 없는지, PT 장비는 잘 작동되는지 팀 막내들이 꼼꼼하게 체크한다. 그리고 팀장님이 PT를 하는 동안 PT수주를 기원하며 경건하게 기다린다(?)



기획 방향성을 정리하면서 생각과 논리, 그리고 표현력의 한계를 느낄 때도 많았으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말처럼, 이번 PT를 계기로 새로운 영역에 충돌해서 조금이나마 나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PT 승리 소식이 들리게 된다면 기쁨은 그 때 잠시 뿐이겠지만, 온에어까지 또 달려볼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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