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대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같이 가서 보았는데 영화를 본 다음 날까지 영화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할 정도로 다양한 관점을 제시 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었다. 역시 봉준호 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이 잘 되는 감독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빈-부’의 격차를 단순히 시각적인 영상을 통해서만 제시하지 않는다. 물론 영상에서 뚜렷하게 빈-부의 차이를 드러내지만 그보다 더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 상징적인 미장센을 통해서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드러낸다.
스포가 포함될 것 같아 많은 글을 써 내려가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대상은 인간에게 권력이자 힘이고, 순수함이자 밝음이었다. 그게 다소 심플해보일지라도. 돈이 없는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고 발버둥을 쳐도 결국 지하 밖을 벗어나지 못한다. ‘빈-부’의 차이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계급과도 같았다.
결론은, ‘돈’이라는 대상이 우선시 되는 이 사회에서 돈을 많이 소유한 자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행복한 파티를 누릴 것이다. 다른 사람이 처한 어려운 상황은 자식의 생일 축하 파티 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겉으로는 고상하고 화려해보여도 그 안에는 위선과 가식이 존재함을 꼬집는다. 돈이 없는 누군가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열심히 벌고, 모을 것이라는 ‘계획’을 짜고, 인생의 포부를 다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하루를 버티고 살아갈 뿐이다. 또는 ‘무계획이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계획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헤어 나올 수 없는 가난의 굴레 속에 타의에 의해 또는 자발적으로 지하 맨 바닥에 들어가 햇빛을 보지 못한 채 살아갈 수도 있다.
‘가난의 굴레’, ‘가난의 되물림’이란 개인적 차원의 문제인가 사회적 제도의 문제인가. 영화는 가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극단적이고 자극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대만 카스테라’ 사업이 망해서 숙주처럼 살아가는 인물 역시 한 때는 살고자,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가난이라는 것이 비단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현실에서도 분명 이렇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적 제도, 이미 고착화 돼버린 빈-부의 격차로 인해 그 간극을 개인이 좁히기 힘들어 결국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빈-부’를 뚜렷한 ‘선’과 ‘악’의 구조로 나누지 않았기에 더 현실적이었고,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어두운 면 보다는 인물들이 앞으로 자신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