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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공부를 해 본 적이 있나요?

자기주도 학습 역량

3-9.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공부에 우선순위 두기 

(자기주도 학습역량)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부모가 짜준 스케줄이나 학교 일정에 얽매어 있으면, 스스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배움의 경험을 못하게 됩니다. 알고 싶은 분야에 대해 깊이 파면서 알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 주세요. 


저는 학교를 빠지면 큰 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아파도, 죽을 지경이 아니면 가야 하는 곳이 학교였습니다. 하루쯤 꾀병을 부리고 집에서 뒹굴거나, 몰래 수업 빼먹고 영화관에 갈 수도 있었을 텐데 단 한 번을 못했습니다. 강한 ‘범생이 기질’이 늘 ‘땡땡이 기질’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학교 수업을 밥 먹듯 제낀 친구들 중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누가 가르쳐주는  것을 배우기보다, 자신 만의 것을 찾아내며 성장한 친구들의 경우였습니다. 학교에 성실히 다닌 태도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지만, 수업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고, 그 일에 몰두하며 무언가를 만들어가지 못한 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에게는 학교는 가끔 빼먹어도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초등 2년 때,  딸이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을 때,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다음 날, 학교에 가는 게 더 좋다고 했습니다. 친구가 없어 무료하고 재미없었다고 했습니다. 그 후로 딸은 학교를 빼먹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국어학당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제가 방학일 때는, 아이들이 학기 중이어도  여행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학교는 하루 이틀 빠져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초등 4학년이 되면서 딸은 더 이상 학교를 빼먹고 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며, 엄마를 원망했습니다. 수업에 빠지면 따라가기도 힘들고, 친구들과 관계도 서먹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였습니다. 


반면, 아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습니다. 초등 시절 학교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집에서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더니, 그다음 날도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학교는 매일 다녀야 한다고 타일렀습니다. 그때 정말 아이가 학교도 안 다니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캐나다 대학 졸업을 할 때, 아들은 대학교 때 거의 대부분의 수업을 듣지 않았고, 친구와 둘이서 집에서 공부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여러 장학금도 받았고, 꽤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했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놀라웠습니다. 아무리 캐나다 대학 성적에 출석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거의 수업을 듣지 않고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학교에 안 가고 무엇을 했냐고 물으니, 함께 사는 친구 테프와 함께 공부했다고 합니다. 테프는 부모님이 대학 교수라서 그런지 자료조사 (리서치)를 참 잘했다고 합니다. 시험 때면 둘이 교수님이 낼 문제를 만들고 그 답을 찾아보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과제물은 교수님이 왜 이 과제를 냈는지를 우선 파악하고, 어떻게 평가하는 지를 고려하며 그에 맞춰 제출을 했답니다. 둘이 집중해서 과제물을 작성하면 수업을 들은 친구들이 3주 걸리는 일을 2주 만에 다 끝낼 수 있어 시간이 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없는 친구들 과제물을 도와주며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들은 시험 점수를 잘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을 했는데 테프라는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점수 생각하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고 더 깊이 공부해 보자. 우리의 호기심을 더 채워 보자. 재미있으니까 좀 더 찾아보자.” 


아들은 이 친구 덕분에  시험을 위한 공부를 넘어서, 호기심을 가지고, 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궁금증을 해소하며 얻는 즐거움이 크고, 그로 인해 학습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며  공부의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교에 꼭 가야 할까요? 한 번 더 생각해 보니 학교에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을 깊이 있게 알아가며 얻는 기쁨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저는 예전에 이 기쁨을 모르고 시험공부만으로도 헉헉거리며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시험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행히 AI 시대가 다가오니 시험 성적의 중요성이 줄어들 것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부모들도 이제는 아이들이 정말로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깊이 탐구하며 얻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세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면서 원하면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 일은 더욱 쉬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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