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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것과 즐길 줄 아는 것, 뭐가  더 우선일까?

배움의 과정에서 즐기게 하는 방법

4-11.                배움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먼저 알기


코칭은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도록 돕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배움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스스로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부모로서의 코칭은 아이가 이미 잘하고 있는 부분에 주목하고,  격려하며 동기부여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아이의 글을 읽는다면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요? 주로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하여 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잘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찬사와 격려의 말을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아주 조금만, 조심스럽게 지적하되 긍정적인 톤을 유지하여 조금만 개선하면 될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면 좋습니다. 아이가 배우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먼저 알게 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아들이 캐나다에 갔을 때 7학년(한국의 중 1)부터 시작했습니다. 첫 성적표에서 작문 점수가 73점으로 유난히 낮게 나왔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찾아가 작문 과제 점수가 왜 낮았는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를 조심스레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읽어 본 글은 흥미롭고 내용도 잘 쓴 것 같아서 더욱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들의 작문 점수가 낮은 이유는 초고 없이 마지막 완성된 글만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작문과정에서 적어도 3번의 초고를 거치면서 글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알 수 있는데 아들은 달랑 하나의 글 밖에 없어 더 점수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평가 기준에 글의 개선된 정도를 평가하는 부분이 있었던 겁니다. 선생님은 다른 학생들의 작문을 보여주면서  3번의 초고를 통해 글이 점차 풍성해지는 확인 시켜 주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평가되는지 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작문 과제는 보통 주제를 정하고 1달 동안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에 대한 작문이면, 첫  번째 초안에서는 구상된 아이디어의 뼈대를 적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 뼈대에 2차 초고, 3차 초고 단계에서 점차적으로 내용을 추가해 나갑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작문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긍정적인 피드백을 줍니다. 잘 한 부분을 찾아내어 스마일 표시나 감탄의 표현을 사용하고 ‘환상적이에요(Fantastic)’,’대단해요 (Excellent)’ 등의 칭찬을 코멘트로 남기며 감탄의 말을 코멘트로 적어 주고, 아이들로 하여금 글을 더 잘 쓰고 싶게 하는 후기를 적어 줍니다. 


이후 아들은 평가 방식을 알고 초고를 내고 선생님의 코멘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넌 정말 대단한 이야기 꾼이야, 너만의 스타일이 있네, 난 그 스타일 참 좋아.”


“같은 단어가 반복되니까 다른 단어를 써 보면 어떨까?”


“문장의 비약이 좀 있는데  왜 이 단어를 썼을까? 그 이유가 뭐지?”


이런 식의 단계별 코멘트를 받으면서,  완성된 글은 처음에 비해 ‘일취월장’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들은 글쓰기를  무척 즐기게 되었고 자신감도 높아졌습니다. 글쓰기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이 갖게 된 것은 이 선생님의 작문 지도 덕분이었고, 아들이 평생을 두고 감사하는 분이 되었습니다. 아들의 글은 논리가 탄탄하거나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고, 관찰력 있는 묘사로 항상 웃음을 줍니다. 이건 자유로운 글쓰기와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격려해 준 결과일 것입니다. 


This is delightful! Definitely a 4 ++!  Where did you get the idea for your ‘speech’? 

It’s very clever – and most entertaining. But besides telling an excellent story, you have given a strong message…. I can tell you are becoming an excellent writer! Thank you for sharing your ‘adventures’ with me!  


제 친구는 한국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는데, 한국 대학보다 더 쉬었다고 말했습니다. 논문 작성 시 필요한 단계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지도를 받아서 언제든지 단계별로 진행하며 논문을 쓸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기초적인 단계부터 차근차근 배우며 리포트 작성 방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논문을 쓸 때는 이런 지도를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저는 캐나다에서 ‘라이프스킬 코치’ 과정을 밟았는데, 그때 어려서부터 이런 교육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선생님들이 단계별로 지도해 주었습니다. 제 동료는  40세가 넘어 캐나다 컬리지에서 공부하면서 평생 처음으로  공부가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도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넌 왜 이것밖에 못해!”, “재는 잘하는데 넌 왜 이 모양이야!”라는 말을 듣기 전에, 잘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차근차근, 친절하게 알려 주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점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먼저 인정해 주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면 좋겠습니다. 


배움의 과정이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렵고, 인내해야 하고 끈기가 필요해서 힘든 과정은 분명 있습니다. 그래도 재미를 먼저 알면 아무래도 많은 일들이 수월해질 것입니다. 부모는 세심한 부분을 찾아내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 주는 일을 늘 먼저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배우는 일이 즐거워집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어?”

 

무엇이 너를 이렇게 잘하게 해 주었을까? 비결이 뭐야?”

 

어떻게 이렇게 잘할 수 있지?”


부모가 이런 멋진 질문을  자주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배움의 과정에서 단계별로 이러한 질문을 자주 하며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다. 


활동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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