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숙소를 정하는 방법
이태리와 남프랑스 5주 자동차 여행 숙소 정하기
1-1. 숙소 예약을 무료취소로 해야 하는 이유
35박의 숙소를 정해야했습니다. 2023년 9월 11일부터 5주 동안 남편과 아들과 함께 5주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느 도시에서 몇 박을 자야 좋은지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보통 5주의 시간이면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니거나 하고, 자동차 없이 여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5주 자동차로 여행하며 이태리와 남프랑스에서만 지내는 정보가 별로 없었습니다. 어느 도시에서 몇 박을 자고 움직일지를 여러 정보를 참조하여 제 나름의 생각대로 정해야 했습니다.
남편과 아들은 일정 계획은 전적으로 제게 맡겼습니다. 이태리에 살고 있는 남동생의 조언도 참조하며 일정을 정하고 참 만족스러워했는데,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 마음이 바뀌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하며 일정을 정하고 숙소를 예약을 했는데 수정을 10번도 더 해야했습니다. 거점도시를 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편하니 너무 많은 곳에 숙소를 잡지 말라는 말도 맞고, 이왕 움직이는데 여러 도시에서 자 보는 것도 좋겠다는 말도 맞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도 바꾸고 숙박 일 수도 바꾸는 일을 참 많이 해야했습니다. 여행은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어제까지 일정을 수정했습니다. 무료취소를 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몇 번은 이제는 더 수정을 안 할 테니 ‘환불불가’를 하며 조금 저렴한 숙소를 정할까도 했는데 그래도 안전을 택하여 무료취소로 했기에 이 수정이 가능했습니다.
숙소를 바꾸는 일을 자주하다 보니 날짜를 잘 체크했는데도 실수가 있었습니다. 9월 22일인데 10월 22일일로 되어 있는 것을 어제 알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소렌토에서 2박하고 마테라에서 1박, 폴리아뇨 아마레에서 2박으로 일정을 잡았다가, 너무 바쁜 일정이라 소렌토 3박, 마테라 2박으로 바꿀 때 9월이 아니라 10월로 날짜가 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숙소를 booking.com에서 예약을 했는데 소렌터 3박은 주말이라 왠만한 것들은 1박에 50만원이 넘는 것들도 몇 안 남을 정도로 이미 다 예약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여행객들이 너무 많아져서 날짜가 가까워지면 원래의 가격의 2배에서 2배, 3배로 마구 올리는 실정입니다. 값을 올려도 예약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터무니 없이 비싼 숙소들이 많았습니다. 높은 금액을 보는데 익숙해져서, 저도 감각이 둔해져서 40만원대만 해도 싸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숙소를 정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은 결국 제 마음이었습니다. 3명이니 1박에 최대 30만원은 넘지 않는다는 나름 넉넉한 기준이라 생각하고 잡았는데, 한국 환율도 좋지 않고, 세금에 도시세에 청소비 등이 더해지면서 30만원으로 보인 것은 40만원이 훨씬 넘는 식이었습니다. 즐거운 여행을 준비하는데 ‘돈문제’가 맘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남편의 은퇴 기념으로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여행을 하는데 좀 좋은 숙소를 해도 괜찮지 않겠어?’
‘이 돈으로 차라리 맛있는 거 먹는게 더 효율적인 거 아닐까?’
‘자동차로 가니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자고, 자동차 움직이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닐까? 근데 주차가 힘들다고 하던데?’
‘예산보다 너무 숙소에 돈을 많이 쓰면 다른 경비를 쓸 때 부담이 될 테니, 조금 저렴한 곳에서 잘까? 숙박이 안 좋으면 여행 기분 안 나는데…..’
숙소를 정할 때, 도심에서 가까우면서 주차장이 잘 되어 있고 명소에 가까운 곳이면 최고입니다. 아주 간단한 기준인데 이 기준에 맞추려면 하루 50만원은 넘게 잡아야 하고 이것도 3달 전에 했으면 가능하지만 여행 날짜에 가까우면 불가능합니다.
소렌토에서는 폼페이도 가고, 배를 타고 카프리 섬과 포지타노, 아말피를 갈 수 있어 이태리 남부 여행에 최고의 위치라 여겨졌습니다. 처음 예약한 곳은 소렌토 중심지에 있으면서 걸어서 배를 타는 곳에 갈 수 있는 곳이라 100만원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정했습니다. 그런데 3박으로 바꾸려 하니 이미 다 예약이 끝났고, 주변 날짜도 1박에 70만원 정도로 올라 있었습니다. 주차비로 매일 25유로를 낼 것까지 생각하면 터무니 없는 비용인데도 예약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에어비애비를 찾아 보았습니다. 소렌토는 여전히 다 비싼데 5킬로 떨어진 곳에 있는 ‘비코 에쿠엔세’라는 작은 도시에는 숙소들이 많았습니다. 주차장이 안에 있고 깨끗하고 넓고 바닷가도 가까운 예쁜 집들이 있어 예약을 했습니다. 자세히 읽어 보니 집 근처에 기차역과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서 기차를 타고 소렌토며 나폴리를 5-10분에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3박에 90만원정도라 무료취소로 예약을 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서 필터에 주차장과 무료취소를 입력하여 찾은 숙소입니다. 결국 에어비앤비에서 그나마 조건에 맞는 숙소를 찾았는데, 어떨지를 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부디 사진과 그리 다르지 않기를…
숙소를 예약하면서 제 나름대로 알게된 팁을 정리해 보자면,
1. 무료취소 숙소를 예약 한다.
2. 가능한 빨리 해야 가격이 저렴하다.
3. 어느 숙소를 정할지 판단이 안 서면 2-3개 잡아 두고 좀 더 정보를 얻고 취소를 하는 식으로 한다.
4. 후기를 꼼꼼히 읽되, 맘에 안 드는 부분을 꼭 읽는다. 여기에 중요한 정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숙소는 좋았지만 찾기 힘들었다. 비포장도로로 100미터 가야했다, 골목이 좁았다.
5. 숙소 예약한 후 프린트해서 꼼꼼히 본다.
6. 아무리 숙소가 깨끗하고 좋다해도 위치가 중요하다.
여행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는 인생의 이벤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즐거운 일만 있는 활동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가야겠습니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 즐겁지 않는 일도 생기는 묘한 활동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배움의 활동이라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여행은 준비단계입니다. 전 이 모든 준비 과정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날짜를 잘못 입력하는 터무니 없는 실수를 해도 이런 나를 더 아껴주며 배움의 기회로 여기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일정을 더 잘 짤 걸, 올바른 정보로 숙소를 정할 걸, 미리 이것을 알고 올 걸’하는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가기로 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보다 ‘올바를 결정’을 자주해야 하고 잘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나를 넣는 활동이 바로 여행일 것입니다. 여행은 내가 하고 싶어서 결정한 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도, 하기 싫은 일을 동반한다는 것을 깜박 잊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하기 싫은 일’을 즐길 수 있는 것이겠죠. 이번 여행을 다녀 와서는, ‘하기 싫은 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제가 더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