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쌀
“김 사장, 내가 쌀 한 포 보내줄 테니까 한번 먹어봐.”
“괜찮아, 고향에서 쌀을 보내줘서 집에 쌀이 많아. 번거롭게 그러지 마.”
“그 쌀은 나중에 먹고, 내가 보내주는 거 한 번 먹어봐.”
“이 쌀 한 번 먹으면 아마 다른 쌀은 못 먹을걸. 쌀은 당진 쌀만 한 게 없지, 암.”
친구를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된 이야기다.
50대로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괜히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몇 년 전 모임에서 친구 녀석이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랬다.
“대성아, 어디 쌀이 가장 맛있는지 아니?”
“글쎄 이천 쌀?, 여주 쌀?, 나는 철원 오대쌀도 맛있더라.”
“그건 대성이 네가 몰라서 하는 말이고. 우리 작은아버지 알지? 강원도에 살고 계시는.”
“응, 알지.”
“우리 작은아버지가 농사도 지으시잖아.”
“그 양반이 워낙 깐깐해서 약을 절대 안 쳐. 약이 다 뭐야, 우렁이 농법이다 뭐다 친환경만 고집하시잖아. 그리고 그 동네 물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때 너도 가봐서 알잖아?”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 쌀이 맛있네, 저기 쌀이 맛있네, 그러는데. 그거 다 몰라서 하는 소리다.”
“작은아버지가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이렇게 좋은 쌀이 없다. 가족들 먹으려고 짓는 거라 종자도 좋은 거 쓰고, 약도 치지 않고,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거라 맛이 없을 수가 없어. 가까운 지인들이 하도 부탁을 해서 친한 사람 몇 명한테만 보내주고 있는데 팔지도 않아. 이 쌀 한 번 먹은 사람은 다른 쌀 못 먹는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팔 것도 없고.”
“대성이 너도 이 쌀 먹어, 내가 작은아버지한테 네 것까지 챙겨놓으라고 말할 테니까.”
친구의 말에 괜스레 웃음이 났었다.
“특별히 쌀 가져다 먹는 곳 없으면, 우리 작은아버지 쌀 사다 먹어.”
이 한 마디를 참 길게도 말했다.
그래서 웃음이 났고, 친지를 챙기는 친구의 넓은 가슴이 느껴져서 흐뭇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부를 가진 친구 녀석의 가족을 챙기는 마음에 살짝 질투도 났다.
“어디 쌀이 맛있는지 아니?”
나는 친구의 질문에,
지하철에서 만난 두 사람의 대화에,
무릎을 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미련한 질문인가.
내 부모님이 지어주신 쌀, 내 고향에서 가져다 먹는 쌀보다 좋은 게 세상 어디에 있을까?
뜬금없이 혈연, 지연, 학연의 시작이 쌀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writer Myung-